교육 다양성의 위기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교육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3 교육기본통계’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취학률이 2022년 98.5%에서 2023년 99.8%로 1.3%포인트 증가했다. 외국인 가정의 초등학생이 5000명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약 2만5000명의 초등학교 밖 청소년이 줄어들었다. 초등 연령에서 홈스쿨을 선택하는 가정이 매우 적은 것을 고려하면 초등 취학률 통계는 초등 대안학교가 위기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대면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코로나 기간에 활동 중심의 교육이 강점인 초등 대안학교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부모들이 초등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부모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자녀 교육에 실현하고 싶거나 자녀가 공립초등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이다. 가치교육의 주요 공급원인 공동육아 어린이집들이 최근 원아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모들에게 가치보다는 자녀에게 주어질 실질적인 교육 효과가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부모들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에서 학교를 직접 운영하거나 교직원 역할을 분담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일정한 크기의 시설을 갖춰 학생 수가 많고 차별화된 고급 교육과정을 운영해 부모의 손이 많이 가지 않고도 교육 만족도가 높은 대안학교들만 살아남고 소규모 대안학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안학교의 위기는 단순히 개별 학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교육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매년 각 나라의 교육 경쟁력을 발표한다. 한국은 2023년 26위, 2022년 29위였다. 반면 덴마크는 매해 상위권을 다투고 있다. 교육 경쟁력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각 나라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각 나라의 교육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각 나라가 교육 시스템을 통해 길러낸 인재들을 회사 경영자의 입장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덴마크는 항상 높은 점수를 받는데, 한국은 이 지표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덴마크 교육의 장점은 다양성이다. 2012년 덴마크 오덴세에서 일주일을 지내며 대안사범대학 총장의 소개로 덴마크의 다양한 학교들을 방문했다. 덴마크 정부는 일정 수의 학생들이 모이면 학교 운영비의 75~80%를 제공한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가치에 맞게 정말 다양한 학교를 만들 수 있다. 훌륭한 공립학교 외에도 15%의 다양한 대안학교들이 존재한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직업계 고등학교와 인문계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애프터스콜레(efterskole)를 갈 수 있다.

사춘기 시절 부모를 떠나 기숙학교에 머물면서 1년 동안 충분히 고민하고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다. 20년 전 전체 학생의 20% 정도가 지원했는데 지금은 45%로 대폭 늘어났다고 한다. 대안학교와 공립학교에 다양한 연결통로를 만들어 교사도 교류하고 학생들도 자유롭게 오간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학부모들의 다양한 학교 설립을 정부가 지원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최근 고양시에서 가장 오래된 대안학교인 고양자유학교가 위기에 직면했다. 일산동구청은 복지시설 용도로 허가받은 건물을 대안학교로 사용하여 건축법을 위반했다며 사실상 시설 폐쇄 취지의 원상복구 시정명령을 내렸다. 대안학교도 건축법상 학교시설에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 건축법에는 대안학교가 신청할 수 있는 건축물 용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국의 대안학교가 위기다.

인구 감소로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여 다민족, 다인종, 다문화 국가를 만들어야 할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초등 대안학교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전국의 거의 모든 초등학생들이 똑같은 교육과정을 비슷한 교과서로 배우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 교육은 다양성이 끼어들 틈이 없다. 정부가 체계적으로 학부모들이 다양한 대안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시점이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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