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윤 교수 징계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대한의사협회가 11월9일 회원인 김윤 교수를 징계하기 위해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였다. 그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의대 증원 주장으로 의료계에 대한 국민 불신을 초래하였고, ‘밥그릇 지키기’나 ‘집단이기주의’라는 표현으로 의사집단을 매도하고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김윤 교수는 의사이되 임상의사가 아닌 의료정책을 전공한 학자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 수많은 임상의사들이 감염병과 싸울 때, 언론에 나와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방향을 제시해준 의사들 중 한 명이다. 김윤 교수도 의사로서 온 힘을 다한 의사협회 회원이다.

팬데믹 이후 최근까지 한국 의료의 많은 문제점이 수면 위로 충분히 드러났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해법은 다를 수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의사들 중 임상의사와 학자 사이에도, 임상의사들 사이에도, 학자들 간에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집행부와 생각이 다르다고 이를 징계의 이유로 삼는다면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에 대한 부정이다.

의사협회는 윤리위 회부의 근거로 명예와 품위를 말하지만, 집행부와 다른 주장을 하는 연구자의 징계를 시도하는 것은 명예로울 것도 없고 오히려 품위를 잃는 일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을 발표할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입을 닫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윤 교수의 주장이 의사협회 집행부의 마음에 안 들거나 성에 안 차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면 어떤 지지도 얻지 못할 것 아닌가.

게다가 의사협회의 문제 인식과 해결 방안이 많은 시민들의 인식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데 일부 의사들은 우리가 전문가이고 시민들은 잘 모르니 우리 말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한 사회의 의료정책은 의사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시민이 결정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상식이다. 의사 증원 문제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이 그 숫자나 방법에 불만을 가지거나 반대할 수 있지만 그 방법은 시민들을 그리고 그 시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정부를 설득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별로 없다.

많은 사람들이 필수의료가 붕괴하는 현실을 경험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응급실 뺑뺑이가 일어나고, 지역 공공병원은 필수과목 의사가 없어 진료과를 폐쇄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지역 공공병원 지원 예산을 삭감하며 경영난을 유발해 그곳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의 좌절과 분노가 심각하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책임 있는 주장을 하는 것이 의사협회 집행부가 할 일이 아닐까. 김윤 교수를 윤리위에 회부하여 징계하는 것이 집행부의 주요한 일이 된다면 의사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신하는 시민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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