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팔레스타인 아이의 돌멩이, 다윗의 돌멩이

윤영훈 변호사

팔레스타인 거주지로 진격하는 이스라엘군 탱크를 향해 한 아이가 돌을 던진다. 그리고 올 1월29일, 여섯 살 된 팔레스타인 아이 힌드라 잡이 구조 중이던 적십자사 직원들과 함께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총격으로 살해당했다. 극적으로 대비되는 이 비현실적인 사건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오랜 분쟁에서, 묵시록적 풍경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예견이나 한 듯 팔레스타인 여성 시인 파드와 투칸은, “(…) 그날// 지옥은 그 추한 얼굴을 드러내었네/ 희망은 재가 되고(…)// 슬픈 나의 도시는 아이들도 노래도 사라졌네(…)”(시 ‘슬픈 나의 도시’ 중 일부, 송경숙 옮김)라고 절규했다

이스라엘군은 작년 10월 가자지구를 침공한 이래 하마스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와 임산부 등이 포함된 일반 주민, 언론인, 의료진, 구호기구 직원까지 가리지 않고 학살했다. 시인의 비탄처럼, 이 야만적인 학살극은 예의 어떤 전쟁보다 우리의 분노와 슬픔을 증폭시킨다.

첫째, 학살을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하기 때문이다. 어느 전쟁보다 종교 전쟁이 더 가증스러운 이유는 학살자들이 뭇 생명을 학살하면서 성전임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살인을 금하는 그들 신의 계명은 왜 종교적·인종적 타자 앞에서는 굴절되는가?

둘째, 이 비극이 홀로코스트를 재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역사적 범죄의 피해자들이 동종 범죄의 가해자가 되었다. 저 아우슈비츠로 상징되는 홀로코스트의 피해자들이 타자들에게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면 누가 다시 그들의 역사를 변명해 주겠는가? 게다가 그들의 공격이 가해자가 아닌 제3자를 향해 있는 한, ‘부정(不正) 대 정(正)’이라는 방어 논리도 자기모순일 수밖에 없다.

셋째, 이 전쟁이 다시 한번 팔레스타인 민중을 일방적인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건국의 최대 피해자였다. 팔레스타인 영토 분할은 제국주의 열강의 어두운 역사다. 그런데도 지금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를 재점령한다거나, 다시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할 것 같은 전후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테러와의 전쟁을 구실로 팔레스타인 민중을 다시 한번 역사의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디 제2의 밸푸어 선언이나 다름없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강제추방이나 이주 등의 폭거를 저지르지 말라. 이스라엘의 역사가 디아스포라로 점철된 역사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도 그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가한 박해는 그들의 트라우마가 타자 배제를 향해 투사되는 한 방증일 것이다. 지금 ‘난민 트라우마’라는 이름의 망령이 가자지구를 떠돌고 있다.

가자의 비극은 우리에게 무얼 말해주고 있는가? 그것의 본질은 전쟁이라기보다 집단학살이다. 그 참상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된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소장이나, 국제형사재판소가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발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다 담을 수 없다. 종교, 인륜, 인권, 정의 등의 제 가치를 짓밟는 이 범죄의 복합적 양상이 이 시대 민주주의의 다중 위기와 맞물려 있어 암울하고 불길하다. 모든 민주적 가치들을 무화시키는 집단학살을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퇴영적인 권위주의 정권이 자행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절망의 시대에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의 대학생들이 일어나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역사에 한 가닥 희망을 품게 한다. 아직 연대의 외침은 미약하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이 젊은 나비들의 연약한 날갯짓이 베트남전 반전 운동처럼 이 역겨운 전쟁의 모든 부정의를 쓸어버릴 거대한 역사의 쓰나미가 될지.

그러니 우리도 한 사람의 인간, 동시대인, 민주시민으로서 가자와 연대해야 한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의 돌멩이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팔레스타인 아이의 돌멩이는 아직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 저 시인의 시처럼.

윤영훈 변호사

윤영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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