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벌싸움에 멍든 ‘쇼트트랙 코리아’읽음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에서 남녀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볼썽사나운 귀국환영식을 치렀다.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가 다른 파벌의 코치와 선수들을 비난하면서 빙상연맹 간부에게 주먹다짐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어느 쪽의 잘잘못을 떠나 이번 대회에서 한국선수들 간의 신경전으로 불거진 파벌 갈등은 세계 최강이라는 한국 쇼트트랙의 명예에 흠집을 남겼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동계올림픽에서도 그랬듯이 사실상 ‘2개의 팀’으로 운영되어 왔다. 선수들은 남녀불문 두 패로 갈려 각각의 코치로부터 훈련은 물론 작전 지시까지 별도로 받았다. 심지어 식사나 방 배정까지도 ‘편가르기’가 일상화했다고 한다. 쇼트트랙의 파벌싸움은 빙상계의 ‘시한폭탄’으로 불릴 만큼 고질화된 병폐다. 과거 쇼트트랙계를 이끈 실력자들과 그의 제자들, 한국체대와 비한국체대 등 인맥과 학맥이 얽힌 데다 학부모들까지 가세해 첨예한 경쟁구도를 형성해왔다. 이 때문에 코칭스태프 선임, 대표선수 선발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선수들의 선수촌 이탈, 비방과 투서가 난무하기도 했다.

이러한 파벌 갈등은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는 바람에 가라앉는 듯했으나 이번에 또다시 불거졌다. 파벌싸움은 한국 쇼트트랙의 영광을 한순간에 조롱거리로 전락시킬지 모를 암적 요소다. 아무리 실력이 세계 최강이라지만 파벌싸움에 무슨 스포츠맨십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빙상연맹은 물론 체육계 전체가 나서서라도 파벌체제 타파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선수들이 파벌싸움의 볼모가 돼선 안된다. 빙상계는 라이벌 감독들의 화합과 협조로 4강 신화를 이룩한 야구대표팀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차제에 파벌문제를 깨끗이 정리하지 않고서는 한국 쇼트트랙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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