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말까지 계속되는 ‘측근 봐주기’ 사면읽음

군사독재정권과 민주정권은 여러모로 다르다고 하지만 놀랍도록 닮은 것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통령의 사면 방식이다. 정치권이나 경제계에서 ‘국민대화합’ ‘경제살리기’ 등의 그럴싸한 명분으로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기업인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건의하는 등 바람을 잡으면 대통령은 못 이기는 척하고 이를 단행한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측근이나 정권창출의 공신을 슬쩍 집어넣고, 야당 정치인도 적당히 끼워넣음으로써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말 특별사면이 곧 발표된다고 한다. 이번 사면에도 기존의 행태가 그대로 이어져 노대통령의 측근을 비롯한 정치인과 기업인 등 100여명이 은전(恩典)을 입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청와대는 사면은 고유권한이며, 임기말 대통령의 사면은 오랜 관행이라는 점 등을 들어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가장 큰 규모로 사면권을 남용해온 노무현 정권이 임기를 불과 2개월 남겨놓은 이 시점에서까지 ‘묻지마 사면’을 감행하려는 것은 최소한의 사법정의마저 무시하는 오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노대통령은 후보 당시 대통령이 되면 사면권을 엄격히 행사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막상 권력을 잡은 뒤에는 이 약속을 철저히 저버렸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사면권의 오·남용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과연 임기 동안 이를 제대로 실천할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방지를 위해 개정된 사면법은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는 등의 제약을 두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적 정의를 지키려는 대통령의 의지와 실천이다.

임기말의 노대통령이 진정으로 사면의 따뜻함을 전해야 할 대상은 자신의 측근이나 비리를 저지른 기업인들이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조활동을 이유로 투옥되거나,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의 덫에 걸려 영어의 몸이 된 수많은 노동자와 양심수들이 바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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