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느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베트남 출신 30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출입국관리소의 불법체류 단속을 피해 2층 창문으로 달아나다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8년 전 입국한 그는 지난해 베트남인 부인과 결혼해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두고 있는데, 사고 직후 보증을 서 줄 사람이 없어 한동안 입원수속도 밟지 못했다고 한다. 출입국관리소 측은 “적법하게 법을 집행했으며, 단속 과정에서 신체 접촉도 없었다”고 했지만 인권단체들은 “반인권적 단속 만능주의가 젊은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다.

현재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18만~2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불법 체류자들을 방치할 수 없지 않으냐는 정부의 고민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단속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더더욱 없다. 더 큰 문제는 단속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에는 경남 김해의 한 공장에서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베트남 노동자가 단속반원에게 얼굴을 가격당했다고 해서 인권위가 조사 중이다. 지난 4월에는 대구에서 캄보디아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6m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은 사례도 있다. 이 밖에도 단속 사실을 사전에 알리고, 현장에서 신분을 밝히도록 돼 있는 절차를 무시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런 불법적인 단속 때문에 우리나라는 2007년 유엔 인권차별철폐위원회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기도 했다. 더구나 이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불법 체류자 신분 때문에 단속반뿐 아니라 사업주나 범죄꾼들의 협박 대상이 되는 등 이중삼중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자 경제에 없어선 안되는 기여자들이다. 이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보수를 받으며 3D업종 등에서 일하는 덕분에 우리 경제가 이만큼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대구지역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의 평균 시급은 최저임금인 411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3900원이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시급은 3871원으로 나타났다. 국경 없이 노동력이 넘나드는 시대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장기 불법 체류자의 합법화 방안 등 현실적 대안 모색도 필요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겉모습만 선진국처럼 보이려 애쓸 게 아니라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 같은 어두운 그늘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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