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시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코로나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주미국 한국대사관 등 미국의 12개 공관을 포함해 총 40개국 65개 재외공관의 재외선거사무를 다음달 6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4·15 총선 재외국민 투표가 다음달 1~6일 실시되는 만큼 이 지역 유권자들은 투표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전체 재외 선거인 17만1959명 중 46.8%에 해당하는 8만500명이 투표를 할 수 없게 되었다니 안타깝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볼 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재외국민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외국민들이 투표를 못하게 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해당 국가에서 외출제한과 통행금지 등을 시행하고 있고 위반 시 처벌도 받을 수 있어 투표를 실시할 방법이 없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재외공관을 찾아가 투표하고 투표함을 국내로 옮기는 방식의 재외국민 투표는 거주국의 이동금지 조치나 항공 노선 중단에 취약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선관위는 해외 상황을 고려하되 투표권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선거사무 중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내 거주자에게만 우편을 통한 거소투표를 허용하는 공직선거법의 개정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
국내 유권자 일부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확진자 중 일부는 거소투표나 4월10~11일 실시되는 사전투표를 통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4월1일 이후 귀국했거나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선거 당일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이들은 투표권을 행사할 길이 없다. 28일 거소투표 신청이 마감된 후 입원한 환자들도 투표가 불가능하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내 일반 유권자들의 투표 상황이다. 유권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투표를 외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17~19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투표소 감염 우려를 표명했다. 선관위는 철저한 방역과 물리적 거리 두기 등의 안전장치 도입으로 유권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시민의 투표권 보장은 민주주의 실현의 요체다. 정치권은 안전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투표율 제고를 위해 선거일과 사전투표 기간을 늘리자는 제안도 나왔다. 전자투표 도입과 함께 재외국민 투표나 거소투표에 대한 규정을 유연하게 해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