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성·폐쇄 문제 다르게 본 월성 1호기 감사, 정쟁 끝내야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의 모습. 연합뉴스.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의 모습. 연합뉴스.

감사원이 2018년 6월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20일 밝혔다. 그러나 폐로가 적절했는지에 대해 경제성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봤다. 원전 가동 중단의 타당성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형 원장과 감사위원 5명이 참석한 감사위원회에서 역대 가장 긴 6일간의 심의 끝에 내려진 결정이다. 지난해 9월 국회가 의뢰한 지 13개월 만에, 지난 2월 법적 감사 종료 시한을 넘긴 지 8개월 만에 월성 1호기 감사가 일단락됐다.

감사원은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 시 전기 판매량은 원전 이용률 60%로 산정하고, 판매단가에 이용률 84%를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해서 용역보고서 속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된 걸 알면서도 보정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도 관여했다고 밝혔다. 수명연장 시 명확한 평가 규정이 미비했지만 경제성은 저평가됐고, 다른 선택지는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감사원은 그러면서 감사의 궁극적 목적인 조기폐쇄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한수원이 가동 중단 때 반영했다는 안전성·지역수용성과 정부 탈원전 정책은 애초 국회가 요구한 ‘감사 범위 밖’에 있고, 폐로는 그 모든 것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짚었다.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은 없다고 보고 관련자들을 형사고발 없이 경징계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성 평가는 문제 삼으면서도 폐로는 사실상 인정하는 절충적 판단을 내려 정치적·기술적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82년부터 운영된 월성 1호기는 2012년 설계수명(30년)이 끝나 멈춰섰다가 2015년 원자력안전위 결정으로 노후설비를 교체한 뒤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했다. 한수원의 조기폐쇄 결정에는 10년간 8294억원의 적자를 내고, 사용후핵연료 배출이 많으며, 내진설계와 안전기준도 최저 수준으로 평가된 영향이 컸다. 캐나다는 노형(가압중수로)과 설계수명(2012년)이 월성 1호기와 같은 젠틸리 2호기를 수리비 4조원을 포함한 경제성을 이유로 멈춰세웠다. 2017년 국내 법원도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며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감사의 총론도 ‘멀쩡한 월성 1호기’라는 친원전 단체 주장과 달리 1년간의 연료 투입 후 경제적 실익도 없이 고장이 잦았던 노후원전을 재가동할 이유는 없다는 평가가 깔려 있는 셈이다.

월성 1호기 감사는 중립성 시비로도 얼룩졌다. 피감사자들이 강압적 조사를 받았다며 진술을 번복하고, 감사원장은 “이렇게 심한 저항은 처음”이라고 개탄했다. 최 원장 스스로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감사원은 내부 직무감찰을 통해 훼손된 신뢰와 독립성·전문성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문재인 정부 국정기조인 탈원전은 노후원전의 수명연장 없이 공사 중인 5개 원전을 제외한 새 원전은 짓지 않는 것이다. 현재 24기인 원전을 2038년까지 14기로 줄이고 원전 수명 따라 60년간 긴 호흡으로 가는 정책이다. 그 노후원전 평가의 기준과 객관성에 허점이 있다는 게 이번 감사의 교훈이다. 정부는 탈원전 기조를 견지하면서 노후원전 수명연장과 폐로 판단 시 안전성·경제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판단 근거를 시민들과 공유해 정책의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는 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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