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안전과 ‘탈원전’ 당위성 일깨우는 후쿠시마 10년

최악의 등급으로 기록된 사고 발생 10년을 앞둔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폐로(廢爐)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10년 전 사고 때 수소폭발로 앙상한 철근을 노출했던 원전 건물은 커버로 상흔을 감췄다./연합뉴스

최악의 등급으로 기록된 사고 발생 10년을 앞둔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소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폐로(廢爐) 작업을 위한 크레인이 여러 개 설치돼 있다.10년 전 사고 때 수소폭발로 앙상한 철근을 노출했던 원전 건물은 커버로 상흔을 감췄다./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됐다. 2011년 3월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규모 9.0의 강진과 쓰나미가 해안가에 있던 원자력발전소를 덮치며 일어났다. 이 지진과 쓰나미로 원자로 냉각기능이 상실되면서 1~3호기 원자로의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노심용융)이 시작됐고, 뒤이어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68개분에 달하는 방사성물질이 방출돼 일본 동북지방 일대를 오염시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류사적 재앙으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안기면서 일본의 ‘안전신화’를 무너뜨렸다.

그 후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사고 수습의 길은 아직도 멀다. 현장에는 아직도 제거하지 못한 핵연료봉이 1000여개나 남아 있고, 녹아붙은 핵연료덩어리의 반출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곳곳에서 치사량이 넘는 고농도 방사선이 뿜어져 나와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의 대대적인 방사성물질 제거작업에도 제염이 완료된 면적은 15%에 불과하다(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평가). 원전 반경 20㎞ 내 지역의 주민 귀환율은 약 10%에 불과한데, 노인이 대부분이다. 원전은 한번 사고가 나면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환 흐름이 뚜렷해졌고, 원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커졌다. 원전밀집도가 세계 최고인 한국도 안전설비 보강에 나섰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 후에도 부실시공 사례와 안전사고가 속출했다. 한빛 4호기에서는 지난 4일에도 격납건물에서 대형 공극(구멍)이 추가 발견됐다. 업계는 한국 원전의 안전성이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하지만, 원전 운영사와 안전당국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은 안전 외에도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있다. 매년 국내 원전 24기에서 700t가량의 사용후 핵연료가 나오지만, 임시 저장공간은 포화 단계이다. 최종 처분장은 수십년이 지나도록 확보하지 못했다.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한다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에서 성과가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화장실 없는 아파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원전을 늘리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이다. 다음 세대의 짐을 무겁게 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실질적인 탈원전은 60년 뒤에나 가능한 ‘감(減)원전’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신속히 늘리면서 원전 안전도 실현하는 엄중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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