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정사 첫 30대 당대표, ‘정치 변화’의 불씨 던져지다읽음

국민의힘 이준석 새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새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새 대표로 이준석 후보가 11일 선출됐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 없는 36세 청년이 중진들을 누르고 원내 정당 대표로 선출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기득권 이미지가 강했던 보수정당이 택한 변화라서 더 파격적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보수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지만, 한국 정치의 전례 없는 전환점으로 매김될 만하다. 세대를 넘어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민심의 요구가 분출된 것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대표에게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며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변화하는 조짐”이라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이준석의 돌풍과 승리가 여야의 쇄신경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43.8%(9만3392표)를 얻어 나경원 후보(37.1%)와 주호영 후보(14.0%) 등을 눌렀다. 이 대표는 70%가 반영되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37.4%를 득표해 나 후보(40.9%)에게 뒤졌지만, 30%가 반영되는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58.8%를 얻어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초선인 조수진·배현진 의원이 1·2위를 차지하고 여성 3명이 최고위원에 당선된 것도 주목된다. 보수정당에서부터 터져나온 ‘꼰대·기득권 해체’와 ‘정치·세대 교체’ 요구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2030세대가 제1야당 전대에 정치 주체로 가세한 점도 여야 모두 깊이 성찰해야 한다. 먹고사는 문제에 좌절한 2030세대는 이념경쟁이나 답 없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교체 요구에 부응하는 적절한 일성이다. 나아가 “지상과제는 대선에 승리하는 것이다. 다양한 대선 주자 및 그 지지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당을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보수·야당의 건강한 변화와 쇄신이 1차적으로 그의 리더십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전대 중에 별다른 비전이나 정책 제시 없이 ‘여성·청년·호남 할당제 폐지’ 등과 같은 갈라치기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책임 있는 국정 파트너로서, 정책과 비전과 메시지로 야당의 수권능력을 평가받기 바란다.

‘36세·0선의 야당 대표’ 시대가 대한민국 정치에 던지는 변화의 불씨는 결코 작지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여타 정당들은 이준석 돌풍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게 아니라 쇄신의 자극제로 삼아야 한다. 민주당은 불공정·위선 논란을 빚은 기득권 정당의 구각부터 깨야 한다. 거대한 구호를 앞세우기보다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정치와 정책을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에 반사이익을 제공했던 낡은 보수정당은 외견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준석 당선을 계기로 삼아 국민들의 실생활을 보듬는 민생 정책과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협력하는 여야 관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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