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료 인상이 탈원전 때문이라는 주장, 혹세무민이다읽음

다음달부터 전력 저소비 가정(월 사용량 200kWh)의 전기요금이 할인혜택 축소로 월 2000원 오른다. 취약계층 81만가구는 혜택이 유지되지만, 910만가구는 인상된다. 전기료 할인혜택제(‘필수사용량 보장공제’)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혜택 폭을 월 4000원에서 2000원으로 줄인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전기료 인상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전을 줄이면서 전기 공급이 원활해지지 못해 전기료가 오른다는 것인데,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명백한 왜곡이다. 지난 십수년 동안 숱하게 제기돼온 전기요금제의 정상화·현실화를 외면하고,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에 동참하는 것을 흠집내고자 하는 견강부회이자 혹세무민이 아닐 수 없다.

할인혜택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도입됐지만 취지와 달리 문제점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2018년 이 제도의 수혜가구 892만호 중 98.2%가 취약계층이 아니라 전기료 지불능력이 있는 1·2인 가구 등 ‘일반가구’라며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당시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도 이 혜택을 볼 정도였다. 정부와 한전은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할인혜택 축소·폐지,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를 전기료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시행 등을 담은 전기요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연료비 연동제도 연료비가 전기료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왜곡된 전기요금 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꾸준히 요구돼온 제도다. 하지만 탈원전 반대론자들은 탈원전 비용 전가를 위한 꼼수로 왜곡한다. 이들은 원자력·석탄이 신재생에너지보다 발전 연료로 싸다며 탈원전 정책을 반대한다. 원자력·석탄에 후쿠시마원전 폭발 같은 사고 예방이나 기후위기 악화에 따른 환경개선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값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전기료가 매우 싼 나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가정용 전기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6개국 중 가장 저렴하다. 3분기 전기료 인상을 유예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연료비 연동제로 하면 전기료가 또 오를 수밖에 없는데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후위기, 탄소중립 시대에 전기료의 정상화도 고려할 시점이다. 값이 싸다고 전기를 펑펑 써대면서 환경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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