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도 책임경영도 없는 ‘노동 막장’ 쿠팡

지난 17일 발생한 쿠팡의 경기 이천시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화작업이 20일로 나흘째 이어졌다. 불에 쉽게 타는 가연성 물질이 건물 내부에 많아 완전 진화에 시간이 걸린 것이다.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 불로 축구장 15개 넓이 물류센터가 잿더미로 변했고, 경기 광주소방서 김동식 구조대장이 미처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안타깝게 희생됐다.

현장 노동자들은 평소에도 화재 위험성을 지적해왔다고 한다. 물류센터 내부는 종이상자나 비닐 등이 많고 먼지가 쌓여 누전·합선 시 화재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소방당국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해보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 멀티탭에서 불꽃이 일었다고 한다. 평소 우려해온 원인이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노동단체들은 건물 내부 통로에까지 화물이 쌓여 있고 스프링클러도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평소에 꺼두는 등 위험 관리가 소홀했다고 주장한다. 소방당국은 화재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안전관리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그런데 불이 나고 몇시간 지나지 않은 17일 오전 쿠팡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법인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 등 국내 직책을 다 내려놨다. 미국 법인의 최고경영자 겸 이사회 의장은 그대로다. 사고가 수습되기도 전에 최고경영자가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며 사퇴를 발표한 것은 아무리 봐도 석연치 않다.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와 김 의장의 ‘무책임한 사퇴’ 발표에 소비자들은 분노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쿠팡을 탈퇴하고 쿠팡 앱을 삭제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간 쿠팡과 관련된 각종 사고들로 누적돼온 실망감이 행동으로 촉발된 것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빠른 배송을 내세워 국내 대표 e커머스 기업으로 성장했고, 여세를 몰아 올해 3월 미국 뉴욕증시에도 상장했다. 외형적 성장은 거뒀지만, 위험한 기업이라는 인식도 커졌다.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과도한 노동에 내몰렸고, 지난해에만 9명이 숨졌다. 지난해 물류센터에선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다. 노동자 안전은 뒷전인 채 ‘빨리빨리’만 외치는 속도 전쟁이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 코로나19 집단감염에 이어 대형화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쿠팡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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