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훈련 비난한 북, 긴장 조성하는 우 범하지 말아야

김여정 북한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의 사전연습 개시일인 10일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의 사전연습 개시일인 10일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노동당 부부장이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연습 개시일인 10일 담화를 내고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며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 이날 오후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남북 통신연락선이 지난달 27일 전격 복원된 후 14일 만에 불통 위기를 맞은 것이다. 훈련을 유예하는 등 유연한 대처를 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한·미도 규모와 병력을 축소하는 등 대화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성의를 보였다는 점을 북한이 간과해선 안 된다. 북한은 즉각 통신을 재개해야 하며, 어떤 형태로든 긴장을 조성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

김 부부장은 “연습의 규모가 어떠하든,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 우리에 대한 선제 타격을 골자로 하는 전쟁 시연회, 핵전쟁 예비연습이라는데 이번 합동군사연습의 침략적 성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훈련시기와 규모를 놓고 마지막까지 협의를 이어가는 등 최대한 상황을 관리하려고 노력했다. “군사연습은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할 수 있다”며 남측 결정을 예의주시하겠다고 압박했던 김 부부장의 지난 1일 담화가 국내 보수층 반발을 부르는 등 오히려 한·미 운신의 폭을 좁혀놓은 측면도 있다.

북한이 이날 오후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크고 작은 고비가 불가피한 남북관계에서 북측이 즉자적 대응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김 부부장이 비교적 정제된 어조로 남한과 미국을 비판하고 구체적 대응 조치를 예고하지 않은 것은 긍정적이라 본다. 김 부부장은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 강화”를 언급했는데, 정치적 수사에 그쳐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등 방역위기, 전례 없는 식량난 등으로 북한이 대화테이블에 나왔다는 게 국제사회의 판단이다. 섣불리 판을 깰 경우, 인도적 지원 가능성이 닫히는 등 북한에도 불리해진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정부는 북한의 대응을 면밀하게 주시하면서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는 등 상황 관리에 힘써야 한다. 군사당국 간 채널 외에도 필요하다면 별도 채널을 통해 훈련 성격에 대해 북측에 설명하고, 불필요한 갈등이 불거지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남북관계 복원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 방침을 거듭 천명해왔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고비를 잘 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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