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론장 왜곡하는 ‘안티 페미’ 댓글부대의 여론조작 시도

반여성주의 성향 단체인 ‘신남성연대’가 회원들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인터넷상 여론조작을 시도해 온 정황이 경향신문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8월10일자 1면 보도). 익명 기반 채팅방을 통해 모인 회원 수만명이 ‘페미니즘 좌표’가 찍힌 온라인 기사에 운영진 지시대로 댓글을 달고 공감 수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여론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안산 선수와 관련된 일부 기사도 이들의 먹잇감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론장을 왜곡하는 행태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신남성연대는 지난 2일부터 메신저 프로그램 ‘디스코드’를 통해 ‘우리가 남성연대 쉴드다’라는 채팅방을 운영 중이다. 이 방에는 3만80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으며 채팅방 내에는 ‘언론정화팀’이 존재한다. 운영진이 기사를 골라 언론정화팀 채널에 링크를 올리면 회원들은 운영진이 알려주는 구체적 방법과 문구를 참조해 댓글을 남겼다. 해당 기사 확인 결과, 좌표가 찍히기 전 10분 동안 달린 댓글은 수십개 수준이었지만 좌표가 찍힌 뒤에는 10분 만에 댓글이 불어나며 1000개에 육박했다.

시민은 누구든 언론 보도에 의견을 제시하고 댓글을 달 권리를 갖는다. 문제는 의도적 여론몰이로 공론장을 왜곡한다는 데 있다. 콘텐츠를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고 실제 여론과 동떨어진 가짜 여론을 조성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남녀를 적대적으로 보는 태도는 특히 우려스럽다. 이 단체 운영진은 “페미니스트들이 먼저 여론조작을 했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행태를 한국전쟁에서 낙동강 전선까지 후퇴했다 반전에 성공한 ‘인천상륙작전’에 비유했다고 한다.

수만명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이들의 행태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트위터로 지지를 당부하는 기존 남초·여초 커뮤니티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들의 도발에 일부 여성들의 과격한 맞대응이 이어질 우려도 다분하다. 극소수의 혐오표현이 과잉 대표되면서 혐오가 악순환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론조작 행위가 민주주의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시작되어야 한다. 공론장의 합의를 통한 자정(自淨)을 기대한다.


Today`s HOT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황폐해진 칸 유니스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