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레반의 여성 인권 보호 약속, 국제사회가 주시한다

아프가니스탄을 20년 만에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7일 밤(현지시간) 대변인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반탈레반 세력과 화해를 약속했다. 반대자에 대한 보복 금지, 여성 권리 보장, 언론자유 허용, 외국과 평화적 관계 유지 등이 내용이다. 탈레반이 아프간 시민들과 국제사회를 향해 내놓은 첫 공식 메시지여서 주목된다. 약속이 제대로 이행된다면 아프간에 긍정적 변화가 올 것이다. 그러나 이 약속에는 ‘이슬람 율법’과 ‘국가의 가치를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라는 조건이 있어 과거 탈레반이 보여준 극단적 이슬람 율법 정치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탈레반 재집권에 가장 불안을 느끼는 이는 여성들이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하면서 엄격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앞세워 여성의 권리를 짓밟았다. 여성의 교육을 금지하고, 일터에서 남성과의 접촉을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이기도 했다. 만약 이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을 다시 편다면 탈레반 정권은 결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용인될 수 없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탈레반은 새로 출범할 정권이 과거 집권 때와 분명히 달라질 것임을 강조했다. 탈레반은 전신을 덮는 부르카 대신 히잡을 쓴 국내 여기자에게 탈레반을 상대로 한 취재활동을 허용하고, ‘여성에게 일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인 여성 두 명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벌써 부르카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이 총살되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과거 미군과 연합군에 협조한 시민들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소셜미디어에 남겨진 탈레반 비판 기록들을 지우는 데 안간힘을 쓰는 것은 다 탈레반의 약속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탈레반이 계속 집권하려면 정상국가가 되는 길밖에 없다. 탈레반의 공동설립자이자 2인자로 카타르에서 평화협정 협상에 나섰던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아프간으로 귀국한 것은 탈레반 새 정권의 공식 출범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탈레반은 새 정부 구성과 함께 신속하게 약속을 이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탈레반이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약속 이행의 의지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일은 새 정부 구성에 여성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슬람 율법의 엄격 적용을 완화하는 조치를 할 필요도 있다. 전 세계가 탈레반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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