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대출 규제 불가피하나 실수요자 피해는 최소화해야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마침내 시작됐다. NH농협은행이 가계 담보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20일 일부 가계대출 상품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으로 볼 때 규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에 적극 나서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잇단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는 여전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은행 가계부채 잔액은 1040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7000억원 늘어났다. 7월 증가액으로는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일부 규제도 증가율을 꺾지 못한 것이다. 지난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1600조원으로 1년 전보다 증가율, 증가액 모두 사상 최대였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7월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가계부채 잔액은 1700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가계부채 급증의 주된 요인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책으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다. 문제는 이 유동성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쏠려 집값 폭등 같은 자산 거품 우려를 낳는다는 것이다. 자산의 급격한 가격 조정이나 대출 부실화 등은 서로 맞물리면서 금융을 넘어 실물경제를 타격하는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자산가격 조정 등 여러 리스크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 발생 가능성을 경고한 이유다.

대외 상황 역시 가계부채 관리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안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대한 파장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DSR 규제 확대나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제2금융권 규제 강화 등도 예고하고 있다.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는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생계비나 긴급생활자금이 필요한 서민·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불편과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고통은 취약계층에게 더 큰 타격을 주기에 각별하고도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 저신용자와 무주택자들의 피해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영끌’ ‘빚투’에 매달린 대출자들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 유동성의 잔치가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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