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법 시행령, 노동자 안전 지킬 수 있도록 보완돼야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이 23일 종료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법안이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법의 세부사항을 정하는 시행령 초안이 지난달 5일 입법예고돼 이날까지 각계로부터 의견을 제출받은 것이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의 시행령에 대한 평가는 매우 박하다. 중대재해에 해당할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과도하게 좁게 규정했다는 비판이 우선 나온다. 일부 급성 중독 등 24개 질환만 중대산업재해로 정해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직업성 암, 근골격계 질환 등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과로사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당초 취지와 거리가 있다.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 조항도 비판받고 있다. 2인1조 작업이나 신호수 배치 등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 확보를 명시적으로 의무화하지 않는 한 기업주가 크게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위험의 외주화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중대시민재해에 적용되는 공중 이용시설 범위도 협소하게 규정했다. 이대로라면 지난 6월 광주 철거현장 붕괴참사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일반시민을 공중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가 희석된다.

중대재해법은 연초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누더기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이 2년간 유예됐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예 적용조차 안 되게 됐다. 노동계가 요구했던 책임 대상이 줄어들었고 처벌 수위가 낮아졌다. 그런데 시행령마저 후퇴한다면 법은 유명무실해진다. 노동부는 최근 산재사망사고가 기대만큼 줄지 않자 위기대응 TF를 만들어 오는 10월 말까지 안전관리 불량 현장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이렇게 대응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19일부터 이틀간 현대자동차·두산중공업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잇달아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해마다 일터에서 8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숨지는 죽음의 행렬을 끊어낼 때가 되었다. 이 무지막지한 일을 막지 못한다면 법을 새로 만든 의미가 없다. 고용노동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시행령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당국은 그 약속을 지켜 산재 예방이라는 입법 취지에 맞게 시행령을 촘촘히 수정·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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