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금리가 부추긴 자산불평등, 완화할 대책 시급하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가계 빚이 41조여원 늘면서 가계부채가 최대 규모인 1800조원을 돌파했다. 금리인상 경고에도 불구, 저금리 기조 속에 주택·주식 관련 대출이 증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대응책으로 저금리가 요구되지만, 부작용도 하나둘 나타난다. 저금리가 고신용 자산부자들의 자산증대 수단이 되면서 자산불평등 심화를 낳고 있는 것이다.

한은의 ‘국민대차대조표’와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등 관련 자료를 경향신문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집값 등 자산가격이 폭등하면서 자산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주택 보유자와 무주택자,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사이가 심각하다. 자료에 따르면 2015~2020년 사이 소득은 13%, 부동산 가격은 51%나 늘었다. 소득증가가 자산가격 상승을 따라갈 수 없어 자산양극화가 악화되는 것이다. 서울지역 기준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작년 1분기 13.9배에서 올해 1분기엔 17.4배로 급등했다. 소득, 월급을 모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더 늘어난 것이다. 또 고신용자가 저신용자보다 가계 신용대출을 더 쉽고 더 큰 규모로 활용한다. 올 1분기 전체 가계 신용대출 중 고신용자의 대출비중은 75.5%에 이른다. 고신용자의 가계 신용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13.3%에서 올해 1분기 19.6%로 증가했지만 저신용자는 -6.1%에서 -9.7%로 3.6%포인트 감소했다. 한은은 고신용자 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자산가격 상승이 자산불평등 확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총자산 기준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41.1%에서 지난해 42.5%로 증가했다.

자산불평등은 소득불평등보다 폐해가 더 크다. 상속·증여를 통해 대물림되는 자산불평등의 심화는 저축으로 자산을 불리겠다는 꿈, 월급으로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희망을 아예 꺾어버린다. 이른바 ‘금수저’와 ‘흙수저’의 불평등을 고착화시켜 일할 의욕마저 무너지게 한다.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들과 미국·프랑스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부자 증세’, 보유세·사회보장책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도 자산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자산불평등을 그대로 둔 채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는 어렵다. 불평등 완화를 강조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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