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곽상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추석 전에 인지했다고 인정했다. 사건이 불거진 뒤 제보를 받아 곽 의원에게 확인해 놓고도 이를 숨겼다는 것이다. 이래 놓고 국민의힘은 지난 추석연휴 동안 거리마다 ‘화천대유는 누구껍니까’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판했다. 자기 당에 불리한 사실은 쏙 빼놓고 상대방을 공격한 공당답지 못한 처사에 할 말이 없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국민의힘의 사후 대처이다.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곽 의원이 이미 탈당계를 제출해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박덕흠·전봉민 의원도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지자 곽 의원처럼 꼬리자르기식 탈당으로 당의 처벌을 회피한 바 있다. 수권 정당을 자임하는 제1야당이 이러고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보내달라고 할 염치가 있는지 묻고 싶다.
김 원내대표는 곽 의원 아들의 거액 퇴직금 수령을 알고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래서 특검에 의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진상 규명에는 관심이 없고 당의 이익만을 생각한, 어린아이도 웃을 수준의 변명이다. 국민의힘은 지금껏 이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를 통한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하면 수개월이 걸리는데, 그동안 정쟁으로 몰아가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비록 곽 의원이 탈당했지만 국민의힘은 대장동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곽 의원 이외에 원유철·신영수 등 전직 당 소속 의원도 연루돼 있다. 게다가 이 사건을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27일에는 곽 의원이 화천대유 관계자로부터 정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또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은 이 회사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토건비리 세력과 정치권력, 고위 법조인이 얽히고설킨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날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경찰의 조사를 받는 등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검찰도 수사에 나섰다. 부동산개발사가 서민들의 땅을 이용해 수천억원을 벌고, 그 회사에 고작 6년 근무한 의원 아들이 50억원을 퇴직금으로 받은 것을 시민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시민들의 분노의 화살을 맞지 않으려면 특검과 국정조사 요구를 접고 검경의 수사에 협력해야 한다. 김 원내대표도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수령을 숨긴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내년 대선에서 표를 달라고 하는 공당의 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