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소수자 인권 확장한 고 변희수 하사 전역취소 판결

성전환수술을 받은 고 변희수 전 하사를 육군이 강제 전역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대전지방법원 행정2부는 7일 변 전 하사가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군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았을 경우에도 계속 군인으로 근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주목돼 왔다. 변 전 하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에야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너무나 안타깝지만, 성소수자 인권 확장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수술을 통한 성별 전환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수술 후 변 전 하사의 성별은 여성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육군 전역 심사 과정도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수술 직후 법원에 성별 정정 신청을 하고 이를 군에 보고한 만큼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여부도 여성을 기준으로 판단했어야 하는데 남성을 기준으로 음경 상실, 고환 결손을 심신장애로 본 건 위법하다는 것이다. 2019년 군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은 변 전 하사는 귀대 후 계속 복무를 희망했지만 군은 지난해 1월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려 전역을 결정했다. 변 전 하사는 이에 지난해 2월 “훌륭한 여군이 돼 나라를 지킬 테니 재심해 달라”며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군은 이를 기각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전역 처분이 잘못되었다며 시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군은 적법한 행정처분이라며 권고에 따르지 않았다. 지난 3월 변 전 하사는 첫 변론을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고, 유족이 원고 자격을 이어받아 재판을 진행했다.

변 전 하사 사건은 성 정체성을 떠나 군인으로 복무하고 싶은 청년을 차별해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간 사건으로, 군의 인권감수성의 민낯을 드러냈다. 육군 부사관은 육군규정 161 건강관리 규정에 따라 성전환자의 임관을 제한하고 있어 변 전 하사에게는 여군으로 재입대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혔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20여개국이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고, 일부 국가는 수술·상담비용까지 제공하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당해선 안 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군당국은 이날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한 만큼 항소를 포기하고 국제기준에 걸맞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길만이 늦었지만 고인과 유가족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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