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두환 미화’ 위험한 정치관 드러낸 윤석열, 엄중 사과하라

더불어민주당 호남지역 의원들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 발언과 관련해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호남지역 의원들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 발언과 관련해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19일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당협 사무실을 찾아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시스템 관리를 하겠다”며 5공화국을 모범으로 예시하고, 쿠데타 집권 이후 전두환의 정치를 미화·옹호한 것이다. 헌법과 민주주의를 짓밟은 철권통치자를 두둔하는 대선 주자의 몰역사적 인식과 위험한 정치관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전두환이 집권한 7년은 무겁게 사법적 단죄가 이뤄진 군사독재시대이다. 삼청교육대와 녹화사업(강제입대) 등으로 시민을 옭아맸고, 그런 폭압 속에서 학림·부림사건과 박종철씨 고문치사가 일어났다. 언론·출판을 검열하고,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옥죄며, 야당의 창당 행사를 방해했다. 기업으로부터 강탈한 비자금만 2200억원에 달했고 친·인척 비리도 이어졌다. 그야말로 유신시대에 버금가는 현대사의 암흑기였다.

전두환의 용인술도 논란 속에 있다. 윤 후보는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의 기용을 ‘권한위임’의 전범으로 꼽았다. 그러나 당시 전두환 정부 요직에는 전문성과 무관한 쿠데타 주역들이 중용됐다. 노태우·정호용·박세직·차규헌 장관과 장세동 안기부장, 황영시 감사원장 등이 그들이다. 민주주의를 유린한 신군부가 정부·여당에서도 실세로 군림토록 한 전두환을 상찬한 윤 후보의 말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윤 후보가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호남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 것도 무책임하다. 국어사전 속의 ‘꽤’는 ‘보통보다 조금 더’를 뜻한다. 과연 호남의 여론이 그런가. 침소봉대에 의한 왜곡이다. 아물지 않은 5·18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이다. 윤 후보가 5·18 묘역에서 “5·18정신으로 통합을 이루고, 5·18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고 한 게 불과 석 달 전이다. 광주의 시민들은 지금도 전두환에게 사죄와 진실 고백을 요구하고 있다. 호남을 느닷없이 전두환 칭찬에 끌어들인 것은 온당치 않다. 대선 주자라면 더더욱 해선 안 될 일이다.

윤 후보는 20일 “전두환 정권이 독재를 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어떤 나라든, 정부든 잘한 정치는 갖다 쓰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세를 낮췄지만 사과는 없었다. 전두환 미화 발언은 실언이 아닌 명백한 망언이다. 윤 후보는 변명만 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나아가 전문가 중용을 말하기에 앞서 대통령이 되면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지 국정철학과 정책 비전부터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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