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방부의 고 변희수 하사 1심 판결 항소, 명백한 2차 가해다

군당국이 성전환(성확정) 수술을 받은 고 변희수 전 하사의 강제전역이 부당하다는 1심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0일 “1심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상급 법원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어 법무부에 항소 지휘 요청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대적 흐름을 거스른 채 계속 법적 다툼을 하겠다는 것은 2차 가해이다. 고인과 유족의 인권에 대한 배려가 없는 군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국방부의 항소 결정은 명분과 법적 논리 모두 약하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항소 관련 지적에 “법적 판단을 받아가면서 정책적 검토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책적 검토와 항소 여부는 상관이 없는 사항이다. 법과 제도를 고치려는 노력보다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인식 자체가 낡은 인권 감수성을 드러낸다. 지난 7일 1심 판결의 요지는 명확했다. 전역 심사 당시 변 전 하사의 성별은 여성이었던 만큼 남성을 기준으로 장애가 있다고 판단한 군의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 취지를 뒤집으려면 변 하사가 당시 남성이었다고 주장해야 한다. 강제 전역이 이뤄진 지난해 1월22일, 변 전 하사는 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을 낸 상태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법원의 결정 때까지 심사 연기를 권고했지만 군은 듣지 않았다. 그 후 20일 만에 법적으로 성별 정정이 처리됐다. 억지로 남성이라고 판단한 육군의 결정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행태다.

트랜스젠더 관련 규정이나 제도 등을 준비하지 않은 군으로서는 이번 판결이 당혹스러울 수 있다. 향후 군 운영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제도상의 어려움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앞설 수는 없다. 해외 24개국에서 성전환 군인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선 사상 첫 트랜스젠더 4성 장군까지 탄생했다. 국방부는 지난 3월 변 전 하사의 사망 이후에야 트랜스젠더 규정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군의 항소가 고인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이번 사건의 항소 제기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을 맡은 법무부가 하게 된다. 항소 시한은 22일이다. 정부와 군당국은 고인과 유족에게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바란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의미 없는 싸움을 멈추고 제2, 제3의 비극적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마련에 힘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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