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인 미만’ 이어 특고·플랫폼노동자까지 뺀 중대재해법

5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정부가 한술 더 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종사자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7일 공개한 중대재해법 해설서는 이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등이 5인 이상이어도 상시근로자가 5인 미만이라면 ‘해당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님’이라고 명시했다. 중대재해법 제3조(적용 범위)에 대해 정부가 파견노동자와 사무직, 공무원은 상시근로자에 포함시킨 반면 플랫폼종사자 등은 제외한다고 해석하면서 중대재해법 적용 범위가 더욱 축소된 것이다.

올해 초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법은 그동안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아 비판받아왔다.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체 사업장의 70%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약 25%를 차지한다. 여기에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조차 법 적용 범위에서 제외한다고 해석함에 따라 사각지대는 더욱 넓어졌다. 예를 들어 배달대행 업체가 4명의 관리자만 채용한 채 플랫폼노동자 수백명에게 배달을 맡길 경우 여기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중대재해법으로 엄중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법의 취지가 크게 흐려진다.

또한 이런 노동부의 해석은 최근 추세와 부합하지도 않는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는 고용주와 피고용자 간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노동자성이 늘 논란이 되어왔다. 그런데 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는 플랫폼종사자의 노동자성을 지속적으로 확대 인정해가고 있다. 또 플랫폼노동자의 노동관계법 적용 시 노동자성 입증 책임을 노동자가 아니라 플랫폼기업이 지도록 해야 한다는 법안도 제출돼 시민단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런 흐름에 정부가 역행하다니 실망스럽다.

플랫폼종사자는 계속 늘고 있다. 최근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취업자(15~69세)의 8.5%인 약 220만명으로 추산됐다.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등 플랫폼종사자의 청년(20~30대) 비율은 55.2%로 절반을 넘는다. 사업장 적용 범위에서 220만명을 노동자 숫자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이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구멍이 숭숭 뚫린 중대재해법으로 어떻게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는 것인가. 청년 플랫폼노동자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중대재해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Today`s HOT
400여년 역사 옛 덴마크 증권거래소 화재 APC 주변에 모인 이스라엘 군인들 파리 올림픽 성화 채화 리허설 형사재판 출석한 트럼프
리투아니아에 만개한 벚꽃 폭우 내린 파키스탄 페샤와르
다시 북부로 가자 호주 흉기 난동 희생자 추모하는 꽃다발
폴란드 임신중지 합법화 반대 시위 이란 미사일 요격하는 이스라엘 아이언돔 세계 1위 셰플러 2년만에 정상 탈환 태양절, 김일성 탄생 112주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