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두환 사망 공식 논평 못 내는 국민의힘, 공당 맞나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차려진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빈소가 썰렁하다. 5일간의 가족장엔 정치인과 시민 조문이 거의 없고, 주로 5공화국 신군부 인사나 관료·군인들만 빈소를 찾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도 “국가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조화·조문을 보내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가족장은 이승만·윤보선에 이어 3번째지만, 국가에서 장례 절차나 비용·물품도 지원하지 않은 것은 전씨가 처음이다. 군사반란과 5·18 유혈 진압으로 권력을 찬탈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했으면서도 사죄 없이 떠난 죄과일 수밖에 없다. 시민들도 한 사람이 죽고 남긴 오명과 불명예스러운 장례를 목도하고 있을 뿐이다.

‘학살자·독재자’ 전씨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내려졌다. 그럼에도 외딴섬처럼 공식 논평을 내지 않은 정당이 있다. 조문도 각자 결정하라고 한 국민의힘이다. 이준석 대표는 조화만 보냈고, 김기현 원내대표는 빈소를 찾았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홍준표 의원은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다 주변에서 반대하자 취소했다. 전통적 상례(喪禮)에 따라 조문은 각자가 선택할 영역이다. 문제는 당이 공식 논평을 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출발선은 1990년 보수 3당(노태우·김영삼·김종필)이 합당한 민주자유당이다. 전씨가 창당한 민주정의당도 여기에 합쳐졌다. 민주주의 흑역사를 만든 전씨의 죽음에 아무런 입장을 내지 못한 것은 그 지지층을 의식한 것인가. 공당의 자세는 아님이 분명하다.

전두환 시대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은 이제 정치의 몫으로 남았다. 전씨가 미납한 부정축재 추징금 956억원도 그중에 있다. 형사소송법상 사람이 죽으면 추징이 어려워지나, 2013년 개정된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 몰수 특례법)은 ‘불법재산으로부터 유래된 재산’도 추징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놨다. 그때부터 “전 재산 29만원”이라고 버틴 전씨 가족의 추징금 환수가 늘었음에도 추징률은 지금 57%에 그쳐 있다. 연희동 집 본채·정원의 추징을 법원이 막은 데서 보듯 법적인 보완 작업이 시급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전씨 추징금을 환수할 법령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본인은 참회도 없이 떠나고, 가족들은 국내외에서 부유하게 사는 전씨 일가 상황을 국민의 법 감정은 용납할 수 없다. 여야는 중대범죄 공직자가 은닉한 부동산과 금융·기업 자산을 시효 없이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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