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25년 전면 시행 고교학점제, 이대로는 졸속밖에 안 된다

교육부가 24일 고교학점제 2025학년도 전면 시행을 골자로 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생이 대학생처럼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필요한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국어·수학·영어·사회 등 과목의 수업 시간이 줄고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 비중이 늘어난다. 또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전 초6, 중3, 고3의 2학기 중에 진로연계학기를 운영하고 초등학교에도 선택과목이 도입된다. 2024년부터 초등 1~2학년, 2025년부터 중·고교에 새 교육과정이 시행되면 교육현장은 크게 변하게 된다.

획일적 교육을 지양하면서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권과 교육의 주도권을 주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을 보면 이 제도가 당초 목표대로 2025학년도부터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다. 우선 성공적인 시행에 필수적인 평가체제 개편을 차기 정부로 미뤘다. 교육현장 전반의 변화를 위한 준비도 부족해 보인다. 학생들이 희망과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려면 수시 위주의 대학 입시와 내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수시가 아닌 정시 확대라는 정반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야 하고, 그러려면 교원 증원과 교과교실 확보 등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어느 하나 충분히 준비되는 것이 없다. 자칫 도농 간, 지역 간 교육격차 확대와 학군 쏠림, 사교육 심화 등 부작용을 부추길 가능성이 보인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의견을 수렴해 내년 하반기 새 교육과정을 최종 확정·고시하고, 그때부터 교과서 개발에 들어가 2024년부터 새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새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기존의 교육 기반이 타격을 받았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피로도도 극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획기적인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바꾸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충실히 교육을 하느냐이다. 그러려면 무너진 교육을 정상화하고, 새 정책에 대한 교육현장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디지털 교육 강화 등 시급한 정책은 원포인트로 하면 된다. 고교학점제 등 큰 폭의 개편은 충분히 준비해 부작용 없이 추진할 수 있을 때 시행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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