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선대위, 자리다툼 그만하고 주권자를 돌아보라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불완전한 형태로 26일 출범했다. 지난 21일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직으로 발표됐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의견 충돌 탓에 일단 합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남겨놓겠다고 했지만, 불협화음은 노출될 대로 노출됐다. 선대위는 국민 기대와 요구를 전해듣고, 이를 반영해 국가 미래비전과 후보의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기구다. 그럼에도 이러한 본질적 기능에 대한 논쟁은 온데간데없이, 선대위에 누구를 넣고 누구를 빼느냐는 눈꼴사나운 자리다툼만 이어졌다. 주권자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 유감스럽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괄선대위원장이) 오시든 안 오시든 선대위가 그냥 있을 수 없는 상황임을 온 국민이 다 이해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 시 국무총리를 노린다는 시각을 의식한 듯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을 일절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 간 권력투쟁의 중심에 있는 데다, 노무현 정부와 보수야당을 오가는 행보로 참신한 이미지와도 거리가 있다. 김 위원장 외에도 김한길 새시대위원회 위원장, 장제원 의원 등의 역할을 두고 소모적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윤석열 선대위’가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비전과 정책의 산실이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딸의 KT 특혜채용 뇌물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김성태 전 의원이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으로 선임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윤 후보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의혹을 수사하며 ‘공정의 상징’으로 부상했고, 그 덕에 대선 후보로도 선출된 터다. 국민의힘은 김 전 의원이 중앙위의장으로서 직능을 총괄해왔던 만큼 자동적으로 선대위에서 같은 직책을 맡게 됐다고 하나, 공정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윤 후보라면 사전에 걸러냈어야 옳다. 윤 후보는 즉각 사과하고 김 전 의원을 해촉해야 할 것이다.

모든 잡음에 대한 책임은 윤 후보에게 있다. ‘전권을 달라’는 식으로 버틴 김 전 위원장의 태도도 보기 민망하지만, 상황을 질질 끌며 정리하지 못한 윤 후보의 정치력 부재가 더 뼈아프다. 이런 조정능력으로 다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국가 경영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서나가자 착각에 빠진 것 같다. 윤 후보 지지율은 당과 후보가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여론 때문임을 새겨야 한다. 주권자의 시선은 예리하다. 구태가 되풀이된다면 민심은 돌아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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