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법 D-10, 재계는 반발 접고 준비에 만전 기해야읽음

지난해 1월 5일 산업재해 유가족 등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고 김용균씨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근조 현수막이 놓여 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해 1월 5일 산업재해 유가족 등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고 김용균씨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근조 현수막이 놓여 있다. 김창길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7일부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기업들은 중대재해 범위와 기준이 성긴 데다 책임소재가 모호해 경영하기 힘들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볼멘소리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중대재해법 시행은 노동자를 희생시켜 최단 시간에 최대 이윤을 내는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이다. 변화는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1년 전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노동자·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산업재해로부터 지키는 게 목적이다. 이 중 ‘중대시민재해’는 원료나 제조물, 대중이용시설 안전을 다룬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 1명 또는 전치 6개월 이상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는 경우다.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비롯해 반복되는 중대재해에도 책임져야 할 기업과 사업주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법망을 빠져나가자 유족과 시민사회가 이를 막자며 힘을 모은 결과다. 기업과 경영자를 괴롭히려 만든 ‘반기업법’이 아니다. 게다가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누더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약화됐다. 전체 사업장의 80%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상에서 제외됐고, 98%에 이르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법 시행이 2024년 1월까지 유예됐다. 이번에 적용되는 사업장은 2%도 채 안 된다.

그럼에도 재계는 중대재해법이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몬다며 시행 전부터 법 개정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선되면 시행령을 개정해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국내 주요 로펌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고위 전관들을 영입해 전담팀을 꾸리고 대기업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안전투자보다 저렴한 변호사 비용으로 기업들이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신축 공사장 붕괴사고 이후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급락했고 재계 순위 28위 HDC그룹에 대한 신뢰도 무너졌다. 경영관성을 바꾸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징후적 사건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828명에 이른다. 이윤이라는 목적이 사람의 생명보다 먼저인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할 때다. 기업들은 경영난 핑계를 대며 안전 투자에 미적거리거나 허수아비 임원을 앉히는 식으로 처벌을 피하려 꼼수를 부려서는 안 된다. 남은 열흘 동안 사업장 실태를 점검하고 임직원 안전교육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안전경영은 시대적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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