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30에도 정책은 게걸음, 후보들은 시민 요구에 부응하라

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이 7일로 꼬박 30일 남았다. 대선 레이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앞서가는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추격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대선 과정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시대정신을 담고 치열하게 벼린 담론은 없고, 포퓰리즘 경쟁만 뜨겁다. 유력후보와 그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난무한다.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된 민망한 상황이다. 역대 이런 대선은 없었다는 탄식이 나온다.

차기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을 이루고 미·중 전략 경쟁의 파고를 넘어 대전환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되살리고 조속한 시일 내에 집값 안정을 이뤄 부의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 청년 실업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런 기로에 선 국가를 이끌어나가야 할 후보들의 능력은 의심스럽기만 하다. 해결하기 어려운 무거운 과제는 제쳐두고 당장 표가 되는 비교적 가벼운 현안만 건드리고 있다. 노동 개혁과 환경 문제 해결 등 미래가 걸린 사안은 경시되고 있다.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고 부담스러운 연금 개혁은 외면하고 있다. 공약을 제시하면 선거에서 불리해진다며 집권 후에나 개혁안을 밝히겠다는데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국민통합을 지향해야 한다는 선거의 기본적인 정신도 무시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국정을 이끌어가기가 어렵다. 선거 후가 더 문제라는 말은 공연한 걱정이 아니다.

지난주 후보들은 TV토론에서 정치 철학과 비전 대결은 고사하고 지엽적인 지식을 묻거나 말꼬리 잡기만 했다.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 검증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가 높다. 유력 후보들은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터질 때마다 서둘러 덮으려고 사과만 했을 뿐 실상을 밝히지 않았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 허위 경력과 무속 논란도,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 카드 사용 등도 다 밝혀야 한다. 20대를 중심으로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30%를 웃돈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 등 변수가 남아 있다. 후보들은 코로나19 민생 회복과 국정 현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국정을 이끄는데 겉만 번드르르한 청사진은 아무 쓸모가 없다. 지금은 방향이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해법을 놓고 말해야 하는 시기이다. 시민을 편가르고 증오의 감정을 조장해 표를 얻으려는 선거운동도 안 된다.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을 걸어 토론을 회피하면서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남은 한 달 후보들은 시민들의 최소한의 바람에 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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