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보는 언론사 존폐 운운하고, 청중은 취재 방해하는 대선판읽음

지난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 안양 유세에서 언론에 불만을 제기하자, 일부 청중이 물리적인 행동으로 취재진의 취재를 방해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기사 하나로 언론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언론 파산’을 직접 언급했다. 후보는 언론을 겁박하고, 청중은 기자들의 취재 행위를 방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적신호로 봐야 한다.

안양 유세에서 이 후보는 1만여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언론에서 저는 요만한 것이 이만하게 나오고, 상대방은 이만한 것이 요만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가짜뉴스’라는 언급도 했다. 이 말이 나오자, 일부 청중이 들고 있던 풍선으로 기자의 머리를 치는가 하면, 발로 기자의 등을 툭툭 건드렸다. ‘기레기’라는 야유도 나왔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취재진에 대한 물리적 행위나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이 후보도 21일 민주당사에서 ‘코로나19 피해 극복과 대응 방안’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미안하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윤 후보 쪽의 언론관은 더 심각하다. 그는 정책공약 홍보를 위한 ‘열정열차’ 안에서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그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주장했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6개 언론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언론 파산’을 입에 담는 인식으로는 언론 자유가 질식하는 과거로 회귀할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윤 후보 선대본부는 몇몇 언론사에서 여성·노동·복지 등 특정 분야 정책공약을 묻는데도 답변을 보내지 않거나 무성의한 태도로 대응해 비판받고 있다.

언론의 신뢰도가 하락한 데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치열한 성찰과 거듭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언론단체가 자율 규제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대선판에서 거대 양당이 자기 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기사의 유불리를 따져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해선 곤란하다. 더욱이 기자들의 취재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는 정치 자체를 퇴행시키는 일이다. 정권만 잡으면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언론관도, 언론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득표에 활용하려는 전략도 모두 위험하다. 각 당 후보들은 정치권력을 비롯해 각 분야의 권력을 감시·견제하는 언론의 역할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민주국가의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이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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