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혹 공방은 치열했으나 정책 구체성 떨어진 첫 법정 토론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선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여야 대선 후보 4인이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첫 법정 TV토론에서 맞붙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코로나 시대 경제 대책’과 ‘차기 정부 경제정책 방향’ 등 경제 현안을 두고 120분간 격돌했다. 이번 토론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처음 열린 TV토론이었다. 현안을 둘러싸고 비교적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으나 시간과 형식의 제한으로 인해 구체성이 결여된 점은 아쉬웠다.

네 후보는 모두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인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에 대한 시급한 지원에 공감했다. 이 후보는 “향후 손실은 100% 확실히 보상하겠다”고, 윤 후보는 빈곤층 우선 지원을 강조하면서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가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코로나19 특별회계를 만들자”, 심 후보는 “확장재정과 부유층에게 더 큰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차기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두고선 이 후보는 “불공정 완화”, 윤 후보는 “디지털 데이터 경제”, 안 후보는 “규제 철폐”, 심 후보는 “녹색 전환”을 내세웠다. 그러나 각 후보가 제시한 비전에 대해 충분한 설명과 토론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자유 주제로 벌인 7분씩의 주도권 토론에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초점이 됐으나, 기존에 제기된 의혹이 되풀이된 수준이었다. 윤 후보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대화 녹취록을 거론하며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김만배가 한다”고 하자, 이 후보는 “허위사실이면 후보 사퇴하겠느냐”고 맞섰다.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원래 생각 잘 바꾸지 않느냐”고 하자, 이 후보는 “근거 없이 자꾸 음해 습관이 있다”고 했다. 정치 공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이러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생산적 토론을 방해한다는 점을 후보들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경쟁적으로 발표했던 수백조원에 이르는 경제 분야 공약에 대한 토론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문제다. 공약 이행 의지가 없는 것인지, 재정 부실화를 감수하고 빚을 내겠다는 것인지 주권자는 알 권리가 있다.

법정 TV토론은 오는 25일(정치), 3월2일(사회) 등 두 차례 더 열린다. 다음 토론에선 후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되, 후보별 생각 차이를 더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 각 후보의 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양자 토론이나 주제별 집중 토론 등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오미크론 대유행 속에서 벌이는 대규모 선거유세는 감염 위험을 수반한다. TV토론을 통해 주권자들이 선택의 근거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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