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7년 해고자’ 김진숙의 복직, 사필귀정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37년 만에 복직된다. 금속노조와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23일 해고노동자 김 지도위원의 명예복직과 퇴직에 합의했다. 해묵은 갈등을 대승적으로 풀어낸 노사 양측의 결정을 환영하며, 줄기차게 투쟁해온 김 위원에게 축하를 보낸다.

김 위원은 5공 당시 대한조선공사에 입사,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갔다가 무단결근 등의 이유로 해고됐다. 1987년 부당해고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두 차례 부당 해고를 인정하고 복직을 권고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김 위원의 복직 노력은 노동계와 경제계의 자존심이 걸린 상징적 사안이 됐다. 2년 전 복직투쟁 당시 김 위원이 ‘나의 복직은 시대의 복직’이라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HJ중공업은 새 출발을 하는 마당에 오래된 갈등 현안을 풀고 가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김 위원을 복직시키기로 한 것으로 노동계는 해석한다. 한진중공업은 과거 박창수·김주익·곽재규 등 노동자들이 의문사로 사망하거나 노조 탄압에 맞서다 극단적 선택을 한 노동 흑역사의 현장이다. 김 위원은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해 309일간 크레인 고공 농성을 했고 이때 희망버스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위원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박창수씨 등 먼저 떠난 노동자들을 언급하며 “복직을 하면 먼저 하고 싶었던 게 이들이 일하던 공장을 가보고 싶었다. 저라도 공장에 들어가서 보고 싶었다”고 했다.

사측이 부당 해고를 인정하고 복직을 허용한 것은 당연하다. 그 당연한 일을 하는 데 37년이나 걸린 것이 우리 노사의 현실이다. 노동 환경이 개선됐다지만 노조 조직률은 아직도 15%를 넘지 못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산업재해 사망자는 끊이지 않는다. 이번 대선에서도 경제 성장을 약속하는 목소리에 노동 공약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김 위원의 명예복직·퇴직 행사가 25일 영도조선소에서 열린다. 노사 갈등으로 얼룩진 이곳이 노사 화합의 상징적 장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김 위원이 겪은 노동자의 아픔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김 위원의 복직은 노동존중 사회로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바로가기: [인터랙티브] 김진숙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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