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대책 없이 거리 두기 또다시 완화한 ‘천수답 방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두 번째 규모인 40만명 후반대를 기록한 18일, 정부가 또다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했다. 오는 21일부터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늘린 것이다. 방역 완화는 한 달 사이에만 벌써 세 번째다. 오미크론 확산의 정점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납득하기 힘든 조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거리 두기 조정에 대해 “대폭 완화하기에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 최소한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선 전 ‘대폭 완화 검토’ 방침을 시사한 터라, 확진자가 폭증하는 위기 상황에도 거리 두기를 풀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은 셈이다. 질병관리청은 “인원제한 완화는 시간제한 완화보다 예상 유행 증가폭이 작았다”면서 “거리 두기 조정이 유행 상황에 큰 변동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영업시간 제한을 기존의 오후 11시로 묶었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의 확진자 예측치가 번번이 틀린 데 비춰보면, 낙관론을 믿기 어렵다.

정부는 중증화율이 낮아진 점도 거리 두기 조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낮아진 중증화율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까지 확진자로 인정하며 ‘분모’가 커진 데 따른 통계적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의료대응체계가 안정적이라는 정부의 말도 현실과 동떨어졌다. 현장에선 의료붕괴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확진된 의료인도 사흘만 격리한 뒤 현업에 복귀하는 지경이다. 일부 지역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포화상태인 90%선을 넘나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적모임 인원제한 완화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본다. 정점기간은 길어지고, 그만큼 확진자 규모가 커지면서 사망자도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는 “오미크론 감염 후 기저질환 악화로 인한 사망도 증가하고 있어, 현재 집계되는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과소평가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무엇보다 의료붕괴를 막을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중증병상 환자에 대해 퇴실 ‘권고’가 아닌 ‘명령’을 내린다는 수준이다.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적극 활용해 중증 환자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팍스로비드 비축량 역시 충분하지 않다. 최근 1주일간 사용량이 도입 이후 전체 사용량의 절반에 달할 만큼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방역 총책임자인 김부겸 국무총리는 터키·카타르 방문차 지난 17일 출국해 21일 귀국한다. 정권 이양기에 컨트롤타워 부재로 더 큰 위기를 맞지 않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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