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의당 내 성폭력 재발, 참담하다읽음

정의당이 17일 “당내 성폭력 사건이 재발한 데 대해 대단히 안타깝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앞서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는 지난해 11월 광역시·도당 위원장 A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으며 지난 3월에는 청년정의당 당직자 B씨로부터 또 다른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정의당은 지난해 1월 김종철 전 대표가 당시 당대표 신분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져 도덕적 치명상을 입은 바 있다. 불과 1년도 안 돼 비슷한 사건이 또다시 벌어졌다니, 재발 방지의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여영국 당대표 등에게 성폭력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으나 여 대표가 발설 금지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여 대표가 묵살하고 은폐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강 전 대표 요구대로 A위원장에 대한 엄중 경고와 서면 사과 조치로 사건을 종결했다는 것이다. 사건 성격에 대해서도 A위원장이 강 전 대표 옆자리에 앉으면서 일어난 ‘불필요한 신체 접촉’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강 전 대표는 ‘성폭력’ 사건이라며 당의 입장문 자체가 2차 가해라고 재반박했다. 사실관계를 두고 이견은 있으나 A위원장이 6·1 지방선거 단체장 후보로 공천된 점은 납득하기 힘든 처사다. 당은 당 젠더인권특위의 의견을 물어 당규와 공천심사 기준에 따라 공천을 진행했다지만,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후보를 내놓고 선거를 치르려 했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올해 초 정의당 내부에서 잇따라 일어난 사건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강 전 대표가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청년정의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또 다른 당직자 B씨가 강 전 대표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의당은 B씨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선 앞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처럼 성비위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면 특정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당내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정의당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변하고 인권 보호와 성평등 실현에 앞장서온 진보정당이다. 왜 이런 참담한 사태가 되풀이되는지 통렬한 자성이 절실하다. 엄정한 조사·징계는 물론이려니와 성폭력을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재창당’한다는 각오로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성평등을 외칠 자격과 명분조차 잃게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훈련 지시하는 황선홍 임시 감독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라마단 성월에 죽 나눠주는 봉사자들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선박 충돌로 무너진 미국 볼티모어 다리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하는 사람들 이강인·손흥민 합작골로 태국 3-0 완승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