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비위 비판받는 사람이 대통령실 성폭력 교육 총괄한다니

검찰 재직 시 성추행 전력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17일 국회 운영위에서 “생일빵에 화가 나서 (여직원에게) 뽀뽀해달라고 했고, (여직원이) 볼에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색한 해명이 도리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윤 비서관은 “국민에게 상처가 되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사과드리겠다”고 했지만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윤 비서관의 성인지 의식은 한심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1996년 서울남부지청 재직 시에는 음주를 곁들인 점심 회식 중 여직원을 껴안으며 성추행해 인사조치됐다. 대검찰청에서 근무하던 2012년에는 회식 도중 여직원의 외모를 품평하고 성추행해 경고처분을 받았다. ‘러브샷을 하려면 옷을 벗고 오라’, 스타킹을 신지 않은 여직원에게 ‘속옷은 입고 다니는 거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공직자로서는 심각한 결격이다. 평소에도 동료 직원에게 음담패설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하는데, 그가 등단시인으로 쓴 글들은 옮기기도 민망하다. 2002년에 발표한 <전동차에서>라는 시에서 그는 ‘남성의 성추행 자유가 그래도 보장된 곳’이라며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 보고/ 엉덩이를 살짝 만져 보기도 하고’라고 했다. 2004년 골프장에 대한 시에서는 ‘공을 쳐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숨겨진 구멍에 공을 넣기 위하여서다’ ‘즐기며 살아 보겠노라고 구멍을 좇고 또/ 좇는 것이다’라며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표현을 썼다.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자리는 대통령실 재정과 내부 인사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400여명에 이르는 대통령실 내부 직원들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성비위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않은 윤 비서관이 맡을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윤 비서관을 비호하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에서 문제가 된 시에 대해 “시 쓰는 사람 마음을 일반인 잣대로 보지 말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에서 25년간 인연을 이어온 최측근이라 봐주자는 것인가. 국정의 컨트롤 타워인 대통령실의 살림을 관장하고, 직원들을 통할하는 사람에 대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이런 사람이 성희롱 예방교육을 총괄한다니 직무적합성을 어떻게 판단한 것인가. 아무리 예술의 자유가 있다한들 이를 방패로 삼을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은 주저없이 그를 해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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