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권력도 집권 여당으로 교체, 민심은 민주당에 매서웠다읽음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저녁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저녁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출구조사 결과를 보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6·1 지방선거가 여당의 큰 승리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10여곳에서 완승했고, 수도권인 서울·인천에서 모두 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제주를 뺀 전 지역에서 여당에 크게 밀렸다. ‘민주당 14곳, 국민의힘 2곳, 무소속 1곳’으로 끝난 2018년 지방선거와는 정반대 결과이다. 4년 만에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지방권력이 교체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진 전국선거에서 민심은 보수여당에 힘을 실었다. 새 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었다.

2일 오전 1시50분 현재 지방선거 개표에서 국민의힘은 서울·인천과 강원·충남북·세종, 영남 5곳의 광역단체장을 휩쓸었다. 경기와 대전은 국민의힘이 우위를 보였다. 2006년 지방선거 이후 16년 만에 수도권도 보수정당이 앞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이겼던 7개 시·도 중 경기·인천·세종까지 국민의힘으로 기울었다. 서울의 구청장만 민주당·국민의힘이 비슷했고, 경기·인천·충청·강원·영남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선거 판세는 여당의 압승 기조가 두드러졌다. 0.73% 차로 승패가 갈린 대선보다도 민심은 민주당에 더 매서웠다.

전국 7곳에서 치른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선 인천 계양을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성남 분당갑에선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가 승리했다. 17명의 교육감도 진보는 서울 조희연 후보를 필두로 7곳, 보수는 경기 임태희 후보를 포함해 7곳이 우위를 보였고 3곳은 초접전이었다. 진보가 13곳을 석권한 4년 전과 달리 팽팽해진 것이다. 전체적으로 지방 정부·의회는 국민의힘이 주도하고, 교육 수장도 보수 쪽이 약진한 선거가 됐다.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또다시 싸늘한 민심을 확인했다. 지난해 4·7 서울시장 선거 참패부터 따지면 3연패다. 대선 후에도 명확한 반성과 쇄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성 비위와 계파 갈등만 재연한 데 따른 결과이다.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때이른 정치복귀도 효과를 보지 못했고, 송영길 전 대표의 연고 없는 서울시장 출마도 완패로 귀착됐다. 인물 경쟁력에서 앞서지 못한 데다 쇄신도 하지 않은 채 대선 연장전에 나섰다가 참패한 것이다. 2040세대의 낮은 투표율도 한 원인이지만,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 것이 주된 패인이다. 167석 거야는 내로남불식 태도를 접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내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정의당도 근본적으로 새 진로를 모색할 때가 됐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완성해달라”고 한 ‘힘있는 여당론’이 먹힌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검찰국가’ 우려, ‘서오남’(서울대·50대·남자) 편중 인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국정을 힘있게 이끌어나갈 동력을 얻었다. 하지만 연이은 승리에 도취해 오만과 독선에 빠져선 안 된다. 눈앞에 닥친 민생·경제 위기를 극복하며 통합과 협치를 선도하는 집권당이 되어야 한다.

대선 82일 만에 치른 또 한 번의 전국선거가 끝났다. 50%를 겨우 넘긴 투표율은 투표를 포기할 만큼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가 많다는 뜻이다. 대선 때처럼 2030세대 남성은 국민의힘으로, 여성은 민주당으로 뚜렷이 갈린 표심도 여야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4125명의 당선인들은 시민의 머슴을 자임하며, 개혁을 외쳤다. 여야는 보다 겸허한 자세로 민심을 직시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무겁게 새기며 새 출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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