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이 다시 불 지피는 MB 사면론, 민심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사면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길에 후보 시절 밝힌 MB 사면에 대한 생각이 유효한지를 묻는 질문을 받고 “(MB로 하여금) 이십몇년을 수감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나. 과거의 전례를 비춰서라도”라고 대답했다. 바로 전날 “거기(MB 사면)에 대해선 언급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부정적으로 말하더니 하루 만에 방향이 달라졌다. 사면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하루 새 돌변할 수 있는지 의아하고 당혹스럽다.

최근 들어 국민의힘 쪽에서 부쩍 MB 사면론을 꺼내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국민통합 차원에서 MB 사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더니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또다시 “보통 집권 1년차 8·15 때 대통합 사면을 많이 실시했다”고 말했다. 친이명박계인 권 원내대표가 앞장서 구체적 시기까지 거론하며 조기 사면권 행사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최근 건강 문제를 이유로 형집행정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사면을 압박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이날 ‘전례’를 언급한 것으로 볼 때 8·15 즈음에 사면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기운 게 아닌가 생각된다.

사면권이 현직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것은 맞다. 하지만 사면권 행사는 최대한 자제되어야 하며 또한 여론을 따라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MB 사면 여부를 고민하다 부정적 여론을 확인하고 포기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이다. 민심은 그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MB는 2년 전 대법원에서 다스 자금 252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전자로부터 뇌물 89억원을 받은 혐의가 확정돼 징역 17년형을 받았다. 그런데 MB는 판결 이후에도 혐의를 부정하고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의 형평성을 제기하지만 사안이 다르다. 박씨는 국정농단이라는 정치적 행위에 책임을 진 것인 데 비해 MB는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추구하다 처벌받았다. 이런 MB에 대한 사면은 명분이 없는 것은 물론 국민통합 효과도 없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MB의 사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당 쪽이 사면해주기를 희망하는 인사들을 끼워넣는 것은 물론 기업인들까지로 대상을 넓힐 수 있다. 과거처럼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사법정의가 후퇴한다. 윤 대통령의 첫 사면 대상으로 MB는 적절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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