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 다시 치솟는 유가

국제 유가가 다시 치솟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영국 브렌트유, 두바이유 가격이 공급 부족 전망으로 일제히 올랐다. WTI는 3개월 만에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며 122.11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도 12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일쇼크(석유파동) 당시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재발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라 원유가 상승은 심각성을 더한다.

고유가는 물가 상승을 이끌어 성장률을 하락시키는 등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준다. 1차(1973~1975년)와 2차(1979~1981년) 오일쇼크 당시 유가는 2배로 급등했는데, 이후 세계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들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유가가 140~150달러에 이르는 ‘3차 오일쇼크’를 우려하고 있다. 세계은행(WB)도 최근 성장률 하락과 물가 상승 추세 속에 1970년대 오일쇼크 때와 비슷한 세계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더 암울한 것은 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지면 원유가격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특히 고유가에 따른 타격이 크다. 1차 에너지 사용량의 수입 의존 비중이 92%에 이르는 등 원유 의존도가 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다. 이미 물가는 치솟고 성장률은 둔화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기회복세의 약화”를 공식화했다. 수출 증가세의 둔화, 제조업 생산의 위축 등 경기회복세 약화가 실제 지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올 성장률을 당초 3.0%에서 2.7%로 낮췄다. 반면 물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13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치솟고 있다. OECD도 올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당초보다 올린 4.8%, 성장률은 당초보다 낮춘 2.7%로 전망했다. 해외 경기에 민감한 한국 경제는 세계적 경기불황의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고유가 충격을 줄이면서도 스태그플레이션 대응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오는 16일 경제정책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구조적·복합적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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