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법 개정한다는 여권, 산재공화국 오명 잊었나읽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론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정부도 지난 16일 향후 5년간 추진할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하나의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시행에 들어간 지 5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다. 법을 시행한 뒤에도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아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와 여당이 한목소리로 중대재해법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손댄다니 당혹스럽다. 법 제정 취지에 역행하는 처사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국민의힘 개정안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충분한 조치를 했음에도 산재가 발생한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시킨 명분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소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에 따라 최고경영자 등이 억울하게 처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또 기업이 활동하는 데 불필요한 애로를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결과적으로 경영계 편만 들어주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친기업·반노동 정책으로 과연 노동자들의 산재를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대재해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형사처벌을 강화한 중대재해법은 ‘산재공화국’ 오명을 벗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그럼에도 법 시행 이틀 만인 지난 1월29일 채석장 매몰사건으로 3명이 숨지는 등 산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50인 미만 기업(2024년 1월 시행)과 5인 미만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는 등 제도적 허점도 많다. 노동계에서는 법 제정 때부터 적용 대상과 처벌 강도나 낮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규정을 강화하기는커녕 도리어 법을 약화하려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혹여 기업에 잘못된 메시지를 줘 산재 예방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든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10일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노동기본권으로 채택했다.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여당의 중대재해법 개정은 중단돼야 한다. 중대재해법 개정은 법 시행 효과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나온 뒤 하는 게 옳다. 법 개정은 필연적으로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 노·정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을 겨우 봉합한 게 엊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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