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의 ‘나토 정상회의’ 충돌 속 시험대 오른 한국 외교읽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국가 정상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23일(현지시간) 충돌했다. 중국 외교부가 “아·태 지역은 북대서양의 지리적 범주가 아니다”라며 “아·태 지역 국가와 국민은 군사집단을 끌어들여 분열과 대항을 선동하는 어떤 언행에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미 백악관은 “중국은 한국이 무슨 회의에 참여할지에 관한 거부권이 없다”며 “우리는 한국이 참여하는 것에 기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미·중이 정면 대립하면서 한국 외교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미·중 양국의 충돌은 그동안 제기돼온 우려가 가시화한 것이다. 미국은 이번 회의에 한국 등 아·태 국가들을 파트너국 자격으로 초청함으로써 러시아·중국 견제를 공고히 하는 작업에 나섰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쿼드’ ‘오커스’ 등 경제·안보협의체를 통한 대중국 압박에 이어 ‘글로벌 나토’의 지향 아래 서방 군사동맹인 나토의 아·태 지역 진출인 셈이다. 중국은 미국 주도 나토와 아·태 국가의 협력 강화가 자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아시아판 나토’라고 강력하게 반발한다. 윤 대통령의 정상회의 참석은 미 주도의 국제질서·안보체제에 기운다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짙다. 한국은 지난달 나토 사이버방위센터에 가입하고 ‘나토 대표부’ 신설도 추진 중이다.

복잡한 국제정세와 초연결된 글로벌 공급망, 기후변화 대응,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다자외교는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은 자유·인권에 기반한 가치 연대를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지정학적 현실을 감안하고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선 중·러를 고려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최근 “(윤 대통령의) 정상회의 참석과 한국의 반중·반러 정책 선회 가능성은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24일 “(회의에서) 우리나라의 다양한 현안들, 수출 관련 문제도 필요하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의 반중·반러 노선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되 경제·산업 측면에서 국익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정상회의는 윤 대통령의 다자외교 데뷔 무대다. 회의 기간 중 한·미·일 정상회담 등이 조율 중이다. 철저한 준비와 정교한 전략으로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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