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선박 점거농성을 불법행위로 규정하며 중단을 촉구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담화문을 내고 “농성은 원청근로자 8000명과 하청근로자 1만명에게 피해를 준다”며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 대내외 신인도 저하로 국가경제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하청노동자 착취 등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청기업 노조에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 파업에 돌입하면서 ‘임금 30% 인상’을 요구했다. 조선업이 불황일 때 삭감된 임금을 회복해달라는 것이다. 보름 후엔 옥포조선소 제1독의 원유운반선 위에서 부지회장이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20년 넘은 숙련노동자도 최저임금에 그칠 정도로 열악한 조선업계의 다단계 하청구조다.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이직했다. 올 2월 기준 조선소 노동자는 약 10만명으로 2015년(약 19만명)의 절반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국내 3대 조선업체가 올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의 45.5%를 수주하며 4년 만에 글로벌 1위를 되찾았다지만, 하청노동자들과는 무관하다.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니 배 만들 노동자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파업에 따른 누적손실이 5700억원, 점거농성에 따른 매출손실이 매일 259억원이라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1분기 부채비율은 537%에 달한다. 2015년 이후에만 국민 혈세인 공적자금이 7조원 이상 투입된 대우조선은 올해 초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도 불발됐다. 커진 위기감은 노·노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하청노동자들에게 점거 철수를 요구하면서 금속노조 탈퇴까지 거론 중이다.
임금 후려치기로 수익을 내는 경영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대우조선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해놓고도 이번 파업은 하청업체의 노사 문제라며 방관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지분 55.7%를 보유한 채권단 최대주주이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 책임을 미루는 것이다. 대우조선이 하청업체의 도급단가(기성금)를 올려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산은이 결단해야 한다. 정부도 파업의 불법성만 강조하지 말고 대화로 문제를 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