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지지율 떨어지자 ‘여가부 폐지’ 다시 꺼냈나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여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김현숙 장관에게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 부처 폐지·개편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으나, 윤 대통령이 직접 폐지 문제를 언급하며 속도를 내라고 촉구한 것이다.

김 장관은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여가부 내 전략추진단을 만들어 전문가 간담회를 하고 있어서 시간을 많이 갖고 (폐지를 추진)하려 했는데, (윤 대통령이) 조속히 안을 내는 게 좋겠다는 뜻(인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여가부를 폐지하거나 개편하려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해당 부처와의 조율도 없이 윤 대통령이 불쑥 여가부 폐지를 다시 들고 나온 배경이 궁금하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30%대 초반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으로 20대 청년들이 대거 이탈한 영향도 크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의 “겨우 9급” 발언까지 겹치면서 윤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던 ‘공정과 상식’은 빛이 바랬다. 지난 22일 윤 대통령은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수많은 안보 현안을 제쳐놓고 “병사 봉급 200만원 인상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대선 공약이던 봉급 인상이 당장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여기에다 국회 의석 분포상 여가부 폐지 역시 불가능한데도 윤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공개 지시한 걸 보면, 이 모든 일들이 일부 ‘안티 페미니스트’ 남성 청년의 지지율을 얻기 위한 방편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이던 윤 대통령은 지지율 급락 위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지지율 반전의 전기를 만들어낸 적이 있다. 그러나 젠더 갈라치기에 다시 속아넘어갈 주권자는 이제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발생한 인하대 성폭력 사망 사건은 여가부가 존재할 이유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구조적 성차별은 곳곳에서 온존하고, 여성들은 실존적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은 여가부를 없앨 때가 아니다. 여가부 업무를 적극 지원하고 예산을 늘려, 성범죄를 방지하고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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