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성도 없이 검찰개혁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법무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법무·검찰 개혁을 사실상 모두 폐기하고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한 장관은 우선 검찰 수사권 축소를 담은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시행되더라도 검찰의 직접수사가 축소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내 국정원’으로 불렸던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 같은 조직은 다시 살리겠다고 했다. ‘판사 사찰’과 ‘고발 사주’ 의혹의 진원지로 지탄받은 곳이다. 한 장관은 범죄 예방을 위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할 뜻도 분명히 했다. 형사처벌 대신 보호 처분을 받는 ‘만 10~14세’ 기준을 낮춰 처벌 대상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범죄 연령대가 낮아지고 흉포화한 면이 있다 해도, 앞길이 구만리인 어린 청소년의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업무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은 “부정부패에 엄정 대응하면서도 기업인에 대한 처벌은 완화하라”고 주문했다. “법무행정 최우선을, 경제를 살리는 정책에 두라”고도 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기업인 처벌을 완화하라는 건 납득하기 힘든 지시다. 법무부가 할 일은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정의를 바로 세우고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다. 특정 직업군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공정·법치와도 배치된다. 실제로 기업인 처벌과 경제 활성화는 어떤 관련성도 없다. 외려 재벌 총수의 비리와 불법행위를 엄단해야 시장경제 질서가 바로 서게 된다.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정권에 핍박받던 검찰총장 출신 후보를 선택했지만, 그것이 전임 정부에서 진행한 법무·검찰 개혁을 모두 폐기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직 검사와 수사관들로 내각과 대통령실, 국정원 등을 채웠다. 그리고 이제는 검찰의 힘을 다시 키우고, 최측근인 한 장관을 통해 검찰 직할통치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오욕으로 얼룩진 법무부·검찰의 과거사에 대해선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한 적이 없다.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검찰권 분산·축소는 시대적 과제다. 사람들은 여전히 검찰권 오·남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법무부 보고는 주권자인 시민의 뜻에 반해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다는 뜻을 노골화한 것이어서 매우 유감스럽다. 국회는 법무부와 검찰이 전횡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시민들도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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