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준 중위소득, 취약계층 부축하려면 원칙대로 인상해야

생활고에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전남 완도에서 조유나양 가족이 사망한 채 발견된 데 이어, 25일엔 경기 의정부의 40대 부부가 ‘빚이 많아 힘들다’며 6세 아들을 숨지게 한 뒤 죽음을 택했다. 가족 살해는 비판받아 마땅한 범죄이지만, 숨진 이들의 호소는 취약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생계급여 등 76개 복지수급의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을 실질적으로 인상해야 할 이유다.

문제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다. 2023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의 25일 첫 회의에서 기재부는 4.19% 인상안을 내놓았다고 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5.0%)은 물론 정부가 예상한 올해 물가상승률(4.7%)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출식에 근거한 원안(5.47%)과도 멀다. 벼랑 끝에 놓인 이들에게 사회안전망의 문턱을 높이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복지 확대를 약속하며 생계급여 수급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의 30%→35%, 주거급여 기준을 46%→50%로 올리겠다지만, 기준 중위소득의 제대로 된 인상 없이는 조삼모사나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후 저성장 속 인플레이션으로 빈곤과 불평등이 확대되고 취약계층의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부 책임을 방기하겠다는 건가.

기준 중위소득 산정 방식도 문제다. 복지 기준으로 기존의 ‘최저생계비’가 국민소득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에 2015년 기준 중위소득이 도입됐지만 별 진전이 없다. 올해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194만원으로,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실제 1인 가구 중위소득 254만원(2019년 기준)보다 60만원이나 낮다. 2020년부터 기준·실제 중위소득 간극을 좁히기 위한 산출식이 도입됐지만 기재부 반대로 제대로 적용된 적이 없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부자 감세’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는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 없다. 윗목에서 세금을 거둬 아랫목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중생보위 회의가 오는 29일 다시 열린다.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최소 원안대로 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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