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 소상공인 보호막 유지해야

국무조정실이 4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었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규제심판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의 이해 당사자인 대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불러 의견을 들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오늘 당장 개선 여부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규제심판부 회의는 서로 의견을 듣고 합의점을 찾는 타협의 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상공인 입장에선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폐지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공포다. 한 총리 말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론을 내놓고 밀어붙이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여서다. 규제심판회의라는 형식과 규제심판부라는 조직부터 생소하다. 어뷰징(중복 전송) 문제가 드러나 역풍을 맞았지만,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톱10’ 온라인 투표라는 미명하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위한 여론몰이를 벌이기도 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올해로 시행 13년째에 접어들었다. 소비자 편익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골목상권을 지키는 보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시행 초기 유통 대기업들은 영업시간 규제가 영업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이후 이마트 등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까지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2018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유통산업발전법은 강한 자본력을 지닌 소수 대형 유통업체 등의 독과점에 따른 유통시장 거래질서 왜곡을 방지하는 것을 입법 목적으로 한다”며 “대형마트 등의 경제적 손실과 소비자 불편도 생길 수 있으나 입법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 범위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노동자 건강권과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은 간접고용이 많고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다. 근무시간이 불규칙하고 심야 작업이 많은 노동환경에서 최소한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이 의무휴업이다.

수많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벼랑 끝까지 내몰려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없애겠다며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 규제심판회의 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유통 대기업들은 영업부진을 의무휴업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인구구조 변화와 디지털 혁명으로 소비패턴이 바뀌었는데도 혁신에 게을렀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먼저다. 지금은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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