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분간 이어질 기록적 폭우, 피해 최소화 급선무다

9일 수도권 폭우로 침수됐던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에서 소방·경찰 관계자들이 차량 정리 등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9일 수도권 폭우로 침수됐던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앞 서초대로에서 소방·경찰 관계자들이 차량 정리 등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 8일부터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주택 침수와 매몰 사고 등으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도로와 지하철역이 물에 잠기며 교통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는 이번 집중호우로 9일 오후 현재 9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건물 700여채가 침수되고 이재민도 390여명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11일 오전까지 수도권과 중부 지방에 강한 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설물 붕괴·유실 사고 등을 방지할 안전 대책이 빈틈없이 가동돼야 한다.

서울에서는 여름 한 달 동안 내릴 비가 하루에 쏟아졌다. 최근 30년간 서울의 7월 한 달 강수량 평균값은 414.4㎜, 8월은 348.2㎜였는데, 8일 오전 6시부터 9일 오전 6시까지 기상청이 있는 서울 동작구에 422㎜가 내렸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도 141.5㎜로 측정돼 80년 전의 종전 최고치(118.6㎜)를 훌쩍 넘기며 1907년 서울 기상 관측 이후 115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상 유례없는 ‘물폭탄’이 쏟아진 것이다. 이러다보니 제때 배수가 이뤄지지 않아 순식간에 건물과 공공 시설물이 물에 잠겨 아수라장이 됐고, 산사태와 하천 범람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00여년 만의 이례적 천재지변으로만 간주해선 안 될 일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폭우가 점점 더 잦아지고 강해지는 극한 강수 양상은 이미 예견돼온 터다. 그런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 상황 대비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와 강남 지역 침수 피해가 났던 서울시에서 유사한 재난이 재발한 것은 인재 성격이 짙다. 침수가 잦은 지역과 취약 시설물의 안전을 상시 점검·보강하고 재난 발생 초기부터 실시간으로 신속히 대처했더라면 이번 폭우 피해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폭우로 이동이 어려워진 탓에 사저에서 상황을 챙긴 것부터 위기 대처에 허점을 노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단계를 3단계로 올리고 비 피해 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장은 추가 피해를 막는 일이 급선무다. 현장을 꼼꼼히 살피는 길밖에 없다. 대피 매뉴얼부터 확실히 알려야 한다. 정부는 시민 안전 대책이 단기 처방에 그치지 않고 극한 기후에 대응할 위기관리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함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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