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해 현장에서 “사진 잘 나오게 비오면 좋겠다”는 여당 의원읽음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수해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솔직히’라니, 말문부터 막힌다. 사진 찍고 싶어 수해복구 지원에 나온 여당 의원 속내가 그대로 방송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혼잣말이라도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이다.

이 발언은 사흘 전 기록적인 폭우로 시장 전체가 흙탕물에 잠긴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에서 나왔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지도부·의원·당직자 40여명이 수해복구 활동에 나선 자리였다. 문제의 발언은 주 비대위원장이 장난치거나 농담하지 말라고 ‘입단속’한 직후에 나왔다고 한다. 그 옆에선 수마에 할퀴고 놀란 상인들이 젖은 이불·옷가지를 말리고, 진흙 걷어내며 쓸 수 있는 세간살이를 찾고 있었다. 귀부터 의심했을 말을 접한 상인들이 얼마나 상심이 컸을까.

이날까지 폭우로 12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되고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반지하에 갇혀 유명을 달리한 ‘발달장애인 가족’ 장례식장은 울음바다가 되고, 재산과 집을 잃고 어찌 살까 한숨 짓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김 의원은 수해 피해가 잦은 동두천과 연천을 지역구로 둔 재선 의원이다. 뒤늦게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는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심기일전하겠다고 새 출발한 주호영 비대위는 일벌백계해야 한다.

수재민을 울리는 일은 또 있었다. 지난 10일 서울시가 잠실주경기장에서 연 ‘2022 서울페스타’ 축제 개막식에선 흥겨운 공연 속에 폭죽을 터뜨렸다. 시민들이 죽고 다친 수해에 오세훈 서울시장도 “책임을 통감한다”고 고개 숙인 날 버젓이 불꽃놀이를 한 것이다. 신림동 반지하 수해 현장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을 카드뉴스로 만든 대통령실도 다를 바 없다. 수재민의 아픔을 나누고 희망을 되찾아줘야 할 비상시기다. 가뜩이나 20%대 국정지지율에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선 집권세력이 홍보거리를 만들고 ‘사진 쇼’나 벌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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