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7일째 공석인 복지부 장관, 비워둬도 되는 자린가읽음

보건복지부 장관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첫 복지수장으로 지난 4월13일 지명된 정호영 후보자가 ‘아빠 찬스’로, 5월26일 지명된 김승희 후보자는 정치자금 수사 의뢰로 잇따라 낙마한 후과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권덕철 전 장관 사퇴 후 시작된 장관 공석 기간만 12일로 87일째다. 올 한 해도 98조원의 가장 많은 예산(기금 포함)을 집행하고, 국민 복지·건강과 삶의 질을 관장하는 주무장관이 석 달째 빈자리로 있던 전례가 없다. 과연 이렇게 비워둬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곳곳에서, 장관 공백의 혼선과 그림자는 깊어지고 있다. 당장 복지부 인사·정책이 삐걱대고 있다. 윤석열 정부 3대 국정과제인 연금개혁은 지난 10일 복지부가 재정계산 작업에 착수했고, 국회에 연금개혁특위가 구성됐다. 그러나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옮긴 복지부 연금정책국장과 지난 4월 전임자가 사퇴한 국민연금공단이사장 자리는 비어 있다. 연금개혁 큰 그림을 국회와 협의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컨트롤타워는 없이 기초작업만 개문발차한 셈이다.

하루 확진자 15만명을 다시 찍은 코로나19도 발등의 불이다. 청년·노인 빈곤과 1인 가구 대책도 시간을 다툰다. 하지만 그 정책을 주도할 보건의료정책실장·인구정책실장 인사는 미뤄지고, 저출산고령화위원회 구성도 못하고 있다. 눈앞의 현안만이 아니다. 국정과제로 삼은 ‘지속 가능한 복지’는 새 정부 출범 석 달째 밑그림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교육부 장관과 복지부 장관이 공석이 된 사회관계장관회의는 유명무실화됐다. 윤 대통령의 20%대 국정지지율엔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는지 모르겠다는 불안과 불신이 투영돼 있다. 그 ‘인사 망사’와 ‘비전 공백’ 중심에 복지부가 방치돼 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17일)까지 초대 내각의 완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 복지장관의 세번째 낙마는 없어야 하는데 예비 후보자가 번번이 인사검증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 들린다. 여권에선 ‘그런대로 굴러간다’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장관 없어도 잇몸으로 버틴다는 뜻이다. 지금이 그럴 때인가. 정부의 업무 차질과 개혁 지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그 부처가 민생·보건·연금·빈곤·인구 정책을 짊어진 복지부라면 더 말할 게 없다. 윤 대통령은 복지수장을 서둘러 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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