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년 만에 줄어드는 내년 예산, 취약계층 희생은 안 된다읽음

내년 정부 예산 총지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강원 강릉시 안반데기 배추 재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굉장히 강도 높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예산편성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추경(추가경정)예산 포함, 전년도 대비 대폭 감소한 수준의 예산 편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본예산 총지출은 607조원이었으나 두 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679조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 추경보다 적고, 본예산에 비해 5%가량 늘린 640조원 수준에서 내년 본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해 본예산 총지출이 전년 전체 지출보다 축소되는 것은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일이다.

정부가 대대적인 지출 삭감을 예고한 것은 건전재정 기조 전환 방침에 따른 것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본예산 평균 증가율 8.7%의 확장재정을 폈다. 이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의 5%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 방침이다. 6%대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늘렸다가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고 한다.

지난달 기재부는 주로 대기업과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는 내용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세제가 개편되면 5년간 세수 13조1000억원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제 세수 감소액이 60조원을 웃돌 것으로 분석한다. 세금은 줄여놓고 긴축을 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가불안 탓에 지출을 줄이겠다는 설명도 이해하기 어렵다. 고물가는 서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가장 큰 고통을 준다. 정부 재정은 국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먼저 집행해야 한다. 고물가를 명분 삼은 재정지출 삭감은 형편이 어려운 시민을 외면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역대 최고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은 이미 진행 중이다. 기재부는 예산편성 지침을 통해, 전 정부 정책 예산을 줄이라고 각 부처에 시달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정부에서 확대했던 지원 사업은 대거 폐지 또는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재유행과 역대급 폭우 피해로 재정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추 부총리는 “장차관급 이상 임금을 10% 반납하도록 할 것”이라 했는데, 이보다 시급한 건 현재 168만원인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을 올리는 일이다. 취약계층 지원을 도외시한 건전재정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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