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사상 최대 수익 정유사에 횡재세 부과 고민하길

고물가·고금리 속에서도 크게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있다. 석유회사와 은행이 대표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한 탓에 정유사들은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자체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들 4사의 전체 영업이익은 12조3203억원에 이른다.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그룹도 올 상반기 19조원 넘는 이자 이익을 거뒀다. 코로나19 사태 2년여간 가계·기업 대출이 늘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얻는 이자 수익이 불었기 때문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정유사와 시중은행의 ‘초과 이득’에 대해 50%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물리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추진 중이다. 기술 혁신이나 기업 구조조정도 아니고 단지 운이 좋아 횡재한 것이므로 한시적으로 세금을 추가로 걷어 고물가·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 쓰자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미 ‘초과 이득세(횡재세)’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석유·가스 업체들에 25%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12개월 동안 50억파운드(약 8조원)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500만유로(약 67억원) 이상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에 25%의 세금을 추가로 물리기로 했다. 미국 정부도 초과이윤이 10%가 넘는 석유기업에 세금 21%를 추가로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일 뉴욕 기자회견에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대형 에너지 회사들의 합산 이익이 1000억달러에 육박한다”며 각국의 횡재세 도입을 촉구했다.

정유사들은 유가가 하락하면 다시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반론도 있다. 2020년의 경우 정유사들이 큰 폭의 손실을 입은 적도 있다. 하지만 유가 변화는 정유사에 대부분 호재로 작용한다. 유가가 오를 때는 기름값을 신속히 올리고, 내릴 때는 반대로 지나치게 천천히 내려 수익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은행 금리도 마찬가지이다. 대출금리는 늘 빨리 오르고 예금금리는 천천히 오른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을 위해 내년 본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했다. 그렇잖아도 어려운 서민들 삶이 더욱 궁지로 내몰릴 우려가 높다. 정부는 기업만 생각해 횡재세를 무조건 배척만 하지 말고,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세수 확장 대책으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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