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헌 80조 개정한다는 민주당, ‘위명설법’ 비판 새겨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16일 결국 당헌 80조 1항을 개정하기로 했다. 당헌 80조 1항은 당직자가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경우 그 직무를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전준위는 이 조항이 정치보복성 수사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직무정지 요건을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로 수정키로 했다. 당헌 개정안은 17일 비상대책위원회와 당무위원회·중앙위원회 의결을 통해 사실상 확정된다.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검경은 이 의원의 성남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성남FC 후원금 관련 의혹,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윤석열 사단’이 대거 요직에 중용되면서 이 의원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당 주장이 일부 근거가 있다 하더라도, 공당의 헌법인 당헌을 전당대회를 앞두고 뜯어고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이 시기에 당헌 개정을 강행할 경우 이재명 의원을 위해 법을 만든다는 뜻의 ‘위명설법’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기존 당헌에는 정치보복성 수사에 대비한 조항이 이미 마련돼 있다. 80조 3항은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앙당 윤리심판원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개정 대상이 된 80조 1항은 2015년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 문재인 대표가 당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다. 그런데 이 조항을 놓고 ‘성직자를 뽑는 게 아니지 않나’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니 개탄스럽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귀책사유로 인한 재·보궐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개정해 공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참패한 전례가 있다. 이때의 뼈아픈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심판당한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뼈를 깎는 개혁의지를 보여야 마땅하다. 민심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 이 의원은 방송 토론에서, 자신 때문에 당헌 개정이 추진되는 게 아니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그렇다면 지금이 아니라, 전당대회로 새 지도부가 들어선 뒤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현 비대위는 당헌 개정 문제를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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